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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다음은 “똑같이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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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여성 에디터
남성보다 50% 적은 급여
항의 표시로 보직 사퇴
SNS서 지지 여론 확산


법 만드는 유럽

독일, 격차 공개법 만들고
아이슬란드 평등법 발효
어기면 하루 51만원 벌금
프랑스선 온라인 청원운동


영국 공영방송 BBC 중국지사의 여성 에디터(편집장) 케리 그레이시(56)는 최근 자사의 남녀 임금차별에 항의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BBC의 최고 여성 고위직 중 한 명인 그레이시는 7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BBC가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한 영국 평등법을 위반했다”면서 “BBC가 비밀스럽고 불법적인 임금문화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시는 남녀가 같은 임금을 받는 편집국의 이전 보직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BBC 국제부에는 에디터가 4명 소속돼 있다. 그런데 미국과 중동을 각각 담당한 2명의 남성 에디터가 그레이시를 포함한 2명의 여성 에디터보다 최소 50% 이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BBC가 지난해 7월 공개한 15만 파운드(약 2억17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 리스트에 국제부 남성 에디터 2명이 포함됐지만 여성 에디터 2명은 빠졌다. 현재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그레이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오는 4월까지 250명 이상 고용 기업에 남녀 임금격차를 공개하도록 한 후 그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BBC를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BBC가 지난 6일 남녀 임금격차를 공개한 527개 회사의 실태를 보면 패션 브랜드 ‘페이즈 에이트’는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무려 64.8%나 적었다.

남녀 임금차별 불만은 영국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프랑스에도 지난해 말부터 SNS에서 임금차별에 집단 항의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온라인 청원이 진행 중이다. 여성계에선 임금격차 해소뿐만 아니라 고소득 고위직을 주로 남성이 차지하는 실태도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6일 남녀 직원 간 임금격차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새 법이 발효됐다. 이미 유럽연합(EU)의 다른 11개국에서 시행 중인 이 법은 자신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다른 성(性)의 6명 이상 그룹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임금 명세를 공개하도록 했다. 200명 이상 고용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이 법은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성 직원의 임금인상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남녀 임금격차(16%)가 큰 편이어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슬란드에선 지난 1일부터 남녀 임금평등 법안이 발효됐다. 25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남녀 임금격차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매일 400유로(약 51만2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독립적이고 공인된 기관의 평가를 거쳐 3년마다 현황을 국가에 보고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9년간 세계경제포럼(WEF)이 꼽은 양성평등 국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4∼20%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녀 임금평등 법안, 나아가 전 세계 최초의 실질적인 남녀 임금평등 법안을 발효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남녀 임금격차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조사를 보면 한국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에 비해 36.7%나 적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대선 후보 시절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 수준(약 15%)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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