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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이상화 vs 고다이라… 추월 허용 ‘빙속 여제’ 평창서 반격의 칼날





스포츠 세계에서 라이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라이벌은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다그치는 채찍이 되기도 한다. 라이벌이 있기에 선수는 성장할 수 있다. 만일 아사다 마오(일본)라는 라이벌이 없었다면 김연아는 과연 ‘피겨 여왕’이 될 수 있었을까. 국민일보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질 ‘맞수 열전’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이상화,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서
亞 선수 최초 2연패 대기록 작성

번번이 쓴잔 마시던 고다이라
네덜란드 자비 유학 후 대세 급부상

李, 부상 회복하고 격차 꾸준히 축소
큰 무대 강점 살려 ‘최후의 승자’ 총력


이상화(29)와 고다이라 나오(32) 둘이 처음 올림픽 빙판에서 만난 것은 8년 전. 희비가 엇갈렸다. 고교생 신분으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나서 5위에 올랐던 이상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고다이라 나오는 12위에 그쳤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법. 밴쿠버올림픽 이후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숙명의 라이벌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상화의 독주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졌다. 그는 소치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라는 신화를 쓰며 ‘빙속 여제’란 칭호를 얻었다. 2013년 11월 작성한 여자 500m 세계기록(36초36)은 4년 넘게 깨지지 않는 ‘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상화가 평창올림픽 500m에서 우승하면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1994)에 이어 여자 500m 3연패를 달성한 두 번째 선수가 된다.

고다이라는 소치올림픽에서 또 한 번 이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5위에 그쳤다. 그는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28세의 나이에 자비를 들여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훈련을 떠났다. 헤이렌베인을 연고로 하는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프로팀 ‘팀 콩티뉴’에 입단한 그는 마리안네 팀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2관왕(1000m·1500m), 토리노올림픽 1000m 금메달을 따냈던 팀머 코치는 고다이라에게 “성난 고양이가 상대를 위협할 때처럼 등을 세우고 달려라”고 조언했다. 고다이라는 질주 자세를 고친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고다이라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년 동안 네덜란드에서 유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네덜란드에서 배웠던 것을 일본식 훈련과 접목했더니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2014-2015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이상화를 따돌리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우위를 유지한다. 이상화가 소치올림픽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동안 고다이라는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2016-2017 ISU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6차례 레이스를 펼쳐 모두 우승하더니 지난해 2월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7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 이상화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곧바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500m에서 이상화와 재대결을 벌여 또 이겼다. 2016-2017 ISU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도 종합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최근 2∼3년간 여자 빙속의 대세는 고다이라였다.

이상화는 낙심하지 않고 평창올림픽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상화는 고다이라에 역전하지는 못했지만 격차를 꾸준히 줄여나갔다. 2017-2018 ISU 500m 2차 월드컵 1, 2차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각각 1초와 0.88초 뒤졌는데, 4차 월드컵에선 0.2초대로 격차를 줄였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8일 “이상화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며 “여기에 정상 컨디션을 되찾고 마인드 컨트롤만 잘하면 이상화가 고다이라를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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