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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눈폭탄·혹한… ‘북극발 이상기후 3종’ 북미·유럽 강타

미국 뉴욕에서 4일(현지시간) 한 관광객이 눈폭풍 속에서 여행가방을 끌며 힘겹게 타임스스퀘어를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폭풍으로 바닷물이 유입돼 홍수가 발생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소방관이 구명보트를 끌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올 겨울 북미와 유럽 등 북반구 곳곳이 혹한과 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시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 시속 113㎞의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 북동부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6개 주에는 30㎝ 이상의 눈이 쌓이다. 기온도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겨울 폭풍의 원인은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 때문이다. 이는 북극의 차가운 기단과 대서양의 따뜻하고 습한 기단이 만나면서 만들어진 저기압 폭풍을 말한다. 강한 바람과 함께 폭설을 동반해 겨울 허리케인으로도 불린다. ‘그레이슨’으로 명명된 이 사이클론은 북미 역사상 연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폭탄 사이클론 탓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악천후로 17명이 사망하고 6만5000가구가 정전으로 난방이 중단됐다. 매사추세츠 연안에는 큰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육지로 유입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미 국립기상청은 “보스턴 역사상 최악의 홍수”라고 밝혔다.

미국에선 4일에만 뉴욕 라과디아 공항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 폭설로 시계(視界)가 흐려지는 현상인 ‘화이트아웃’ 때문에 4800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기차와 페리 운행에도 차질이 생겨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으며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플로리다에선 2.5㎝의 눈이 내려 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이 지역에서 적설량 측정이 가능한 눈이 온 것은 1989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유럽에서도 대서양 연안을 강타한 겨울 폭풍 ‘엘리노어’의 영향으로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시속 201㎞ 초대형 강풍이 불면서 각국에서 항공·철도·도로가 폐쇄되고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프랑스에서는 22만5000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파리 에펠탑도 일시 폐쇄됐다. 파리시는 센강의 수위가 기존 1.8m에서 3m 이상으로 높아져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스위스 베른에서는 강풍 때문에 열차가 탈선해 다수가 다쳤다. 스키 휴양지인 이탈리아 발다오스타주 체르비니아에는 24시간 동안 2m 넘는 눈이 내려 관광객 1만명과 주민 2000명이 고립됐다.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을 강타한 겨울 폭풍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온도차로 만들어지는 제트기류는 북극이 추울수록 세력이 강해져 북극의 찬 공기를 둘러싸는 울타리가 된다. 하지만 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온도차가 줄면 제트기류가 힘을 잃어 남쪽으로 밀려 내려온다. 그리고 제트기류가 처진 곳으로 북극의 한기가 내려오면서 한파가 닥쳤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안후이성과 후베이성을 비롯한 중동부 지역에 5일까지 사흘째 폭설이 내려 10명이 사망하고, 건물 수백채가 붕괴됐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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