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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선수] 37세 작은 거인 이채원, 고향 평창서 ‘마지막 피치’

딸 장은서 양과 남편 장행주 씨는 이채원의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이채원 페이스북


2002년 이후 5번째 올림픽 출전
30대 중반에도 새벽·야간 훈련
지난 동계亞대회선 은2·동1 획득
동갑내기인 남편의 외조가 큰 힘
이번 대회선 10위권 진입이 목표


21세의 나이에 154㎝, 45㎏의 작은 체구를 이끌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 것이 2002년이었다. 솔트레이크시티를 시작으로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대회에 잇따라 출전했다. 어느덧 37세가 됐다. 여섯 살이 된 딸도 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현역 선수다. 이제 고향 평창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올림픽 5회 출전은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다다.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37). 그의 곁엔 코치로, 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동갑내기 남편 장행주씨가 있다. ‘작은 거인’은 남편의 든든한 외조 덕분에 세월의 무게를 떨치고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채원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1997년에야 전기가 들어왔을 정도로 오지였다. 집안은 늘 가난했다. 2008년 3월 친구의 소개로 이채원을 만나 2년 열애 끝에 결혼한 장씨는 3일 이렇게 말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흔한 비타민도 먹지 못하고 운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비타민을 사 먹을 돈이 아까웠던 것이었죠. 아내는 대표팀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훈련 수당을 받으면 그걸 모아 집안 살림에 보탰어요.”

이채원은 중학교 1학년 때 스키를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출전한 전국 동계체전에서 통산 최다인 67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2월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같은달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여자 스키 애슬론 15㎞에선 12위에 올랐다.

대표팀 ‘맏언니’ 이채원이 삿포로에서 보여 준 희생정신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채원은 크로스컨트리 여자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 4위로 출발했는데, 3위와의 격차는 1분에 달했다. 그는 사력을 다해 3위를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이틀 후 그는 15㎞ 매스스타트에서 몇 초 차이로 은메달에 그쳤다. 계주에서 후배들에게 동메달을 안겨 주려고 무리한 바람에 체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그때 후배들이 안타까워 모두 울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체력이 달린 이채원의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바로 남편이다.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위원 출신인 장씨는 아내를 위해 식단을 짜고, 장비를 챙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돕고, 훈련 프로그램도 짠다. 그럼에도 장씨는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야간 운동까지 소화해 내는 아내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외국인 코치들이 작은 몸으로 덩치 큰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는 아내를 보고 ‘우리 선수들이 저런 정신력을 배워야 한다’고 감탄한다”고 자랑했다.

소치올림픽 30㎞ 단체출발 프리스타일에서 36위였던 이채원은 평창올림픽에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장씨는 강훈련을 하는 아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아내는 한국 여자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명맥이 끊길까 봐 지금까지 은퇴를 미뤘죠. 마지막이 될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맘껏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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