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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 감은 새… 中 남중국해 요새화 가속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피어리크로스 암초를 찍은 위성사진. 빨간색 부분이 중국이 2017년에 새로 지은 격납고, 미사일호, 레이더 등 군사시설이다. CSIS 홈페이지 캡처




中 당국, 담당 장성 승진시키고
일대에 軍시설 8만평 이상 확장
트럼프는 북핵 집중하느라 방조
“백악관서 신경 안써” 비판 제기
중국엔 ‘무료입장권’ 주는 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몰두하느라 신경을 덜 쓰거나 일부러 눈감아준 곳이 있다. 6개국(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의 영유권 주장이 충돌하는 남중국해다. 중국이 이 지역의 주인 없는 섬과 암초에 열심히 군사기지를 세우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특별히 제지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군 인사에서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 공군사령관 쉬안상 중장이 공군 공산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공군 부사령관으로 임명됐다고 2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남중국해 담당자가 공군 최고 지휘부인 당위원회 상무위원 10명에 포함된 것이다. 현지 군사전문가 쩡즈핑은 “남중국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장성을 지휘부에 합류시킬 필요가 있었다”며 “군 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섬과 암초들을 요새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투명성 이니셔티브(AMT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이 일대에 항공기 격납고, 미사일호, 레이더 설비, 탄약고, 통신시설 등을 새로 지은 면적은 총 29만㎡(8만8000평)에 달한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요새를 짓고 있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입을 닫다시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미 호프스타라대 로스쿨의 줄리언 쿠 교수는 “백악관에선 남중국해 문제에 크게 집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후순위로 제쳐둔 것이고 이는 분명히 중국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대 해양법연구소 제이 바통바칼 소장도 “남중국해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용한 접근법은 중국에 ‘무료입장권’을 준 거나 다름없다”며 “중국이 계속 그곳에 선박과 무기를 옮겨다놓으면 그들의 지배가 영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시작했던 ‘항행의 자유’ 작전을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해 몇 차례 실시했다. 영유권 분쟁지역에 미 함선이나 항공기를 보내 누구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음을 과시하는 작전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조치는 아니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 이슈를 올해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북한 문제 해결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민간·군사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계속 밀어붙이고 항공기와 선박의 정기적 왕래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중국이 1996년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영해의 기준선으로 삼는 직선기선을 선언한 것처럼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에도 직선기선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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