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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선수] 하뉴 아성 무너뜨릴 ‘점프 마스터’… 男피겨 네이선 첸

미국 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네이선 첸이 지난 8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열연하고 있다. 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혔다. AP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의 해가 시작됐다. 100개국 가까운 나라의 젊은이들이 4년간 갈고 닦은 땀과 열정의 드라마가 곧 펼쳐진다. 국민일보는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붐을 조성하기 위해 각 종목에서 화제의 선수들을 발굴하는 '주목 이 선수' 코너를 마련했다. 1인자 외에도 정상에 서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선수들을 조명하면서 올림픽의 의의와 가치를 돌아보도록 할 계획이다.

점프 천재, 점프 괴물, 점프 기계, 점프 마스터까지…. 점프에 관한 수식어는 모조리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네이선 첸(19·미국)은 지난해 가장 빛난 남자 피겨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훈련 끝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소치대회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피겨 영웅 하뉴 유즈루를 제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첸은 세 살 때인 2002년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발레를 배우며 유연성과 표현력을 함께 길렀다. 덕분에 그는 각종 주니어 스케이트 대회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미국의 최고 피겨 유망주로 떠올랐다.

첸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성인 남자 선수들의 필수 기술로 여겨지는 ‘4회전 점프’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첸은 지난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회전력과 점프력을 겸비한 고난도의 점프는 그의 주특기이자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지난해 1월 첸은 US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세계 최초로 5번이나 선보였다. 또한 러츠 플립 루프 살코 토루프 등 5가지 종류의 4회전 점프를 모두 선보여 피겨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회 성적도 좋았다. 그는 지난해 2월 펼쳐진 4대륙선수권에서 4회전 점프를 무려 7번(쇼트 2회, 프리 5회)이나 구사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지난 8일에는 일본에서 열린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어떻게 첸은 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 것일까. 그는 현지 언론을 통해 “다른 선수들보다 근력이 좋아 높게 뛸 수 있고, 회전을 빠르게 해서 짧은 시간에 많이 돌아 조금 더 쉽게 4회전 점프를 한다”고 고난도 점프의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첸은 지난 수년간 하뉴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가 구축한 남자 피겨의 양강 구도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뉴는 2014년과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 우승을 거머쥐었고, 페르난데스는 2015∼2016년 세계선수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세계랭킹 1위인 하뉴가 최근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첸의 성장세는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운동과 식사에 있어 철저한 자기관리는 급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첸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NBC를 통해 자신만의 ‘루틴’을 밝혔다. 그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 8시40분까지 아이스링크에 도착한 뒤 몸을 푼다. 9시30분∼10시30분은 빙판 위에서, 11시40분∼1시40분은 체육관에서 운동한다. 몸 회복을 위해 10시간은 반드시 숙면을 취하고, 저녁 9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잠자리에 든다. 첸은 “이러한 루틴을 지키는 이유는 매일 선수로서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식단관리도 엄격하다. 어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을 잘게 부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나눠 섭취한다. 아침 식사로는 스무디, 에그 스크램블, 요거트 등 몸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선호한다. 점심에는 다양한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요거트, 과일, 탄수화물 기반의 과자를, 저녁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여러 가지 영양소를 얻고자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첸은 미국을 대표하는 중국계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이 만든 의상을 입고 평창 무대에 선다. 이는 미국이 첸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겨 선수 출신인 베라 왕은 1968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패션계에 입문했는데, 낸시 캐리건과 미셸 콴, 에반 라이사첵 등 역대 미국 피겨 메달리스트들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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