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이란 8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경찰 발포로 2명 사망

이란인권센터(CHRI)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의 반정부 시위 장면. 도로를 장악한 시위대가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고 있다. 31일 현재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스파한, 케르만샤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CHRI 홈페이지 캡처


물가인상 항의가 전국 시위로
정부 강경진압에 분노 확산
소셜미디어 통해 외신 전파


이란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각지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체제 지도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쏟아냈다.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일요일인 31일에도 시위가 계속돼 테헤란 남부 아라크시에서만 80여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 당국이 2009년 ‘녹색운동’ 이후 최대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전국 규모로 퍼져나가고 있는 시위 상황을 전했다. 녹색운동은 이란 국민들이 민주주의 도입과 개혁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헤란 대학 주변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이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서부 도로우드시에서 최소 2명의 시위자가 경찰 발포에 사망하는 등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에 맞서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친정부 시위대가 테헤란과 마슈하드에 운집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란 정부는 현 소요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착수했다. 외신은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고 다수를 연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보도통제에 나섰지만 도로우드 시위대가 피 묻은 시신을 운반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등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디언은 “시위 참가자가 밤이 거듭될수록 증가해 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8일 인구 200만의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됐다. 잇따른 물가인상 등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어 보수파가 현 온건 정부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조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50여명이 연행되는 등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테헤란뿐 아니라 각지로 시위가 번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로하니에게 죽음을’ ‘하메네이는 물러나라’는 체제 비판 구호가 전면에 등장, 반정부·반체제 시위로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서 경제 상황에 항의하는 시위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상황이 외신에 빠르게 전파되는 점은 독특하다”고 소개했다. 이란 정부 역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측에 자국 채널 폐쇄를 촉구하는 등 SNS를 통해 확산되는 시위 정보 차단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탄압하는 정권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이란 국민이 하나의 선택에 직면할 날이 올 것”이라고 시위를 두둔했다. 그는 “전 세계는 이란의 좋은 국민이 변화를 원한다는 점과 (이란) 지도자들이 미국의 엄청난 군사력 이외에도 국민들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강경 진압을 비판하며 “이란 국민들의 기본권과 부패 종결 요구를 전 세계가 공개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