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⑦ 꿈을 보여주던 완성형 아이돌, 보이그룹 ‘샤이니’


 
그룹 샤이니가 2016년 11월 정규 5집 ‘1 of 1’ 발표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멤버 온유 태민 민호 키 종현. 뉴시스


지난 18일 보이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충격을 받은 건 팬만이 아니었다. K팝에 애정과 관심을 지닌 이라면 누구에게나 그와 샤이니는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었다.

샤이니는 민호 온유 종현 키 태민으로 구성된 5인조 그룹으로 2008년 데뷔했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는 가요적 호소력보다 은근하고 도시적인 세련미를 보였다. 가사 속 인물은 성적인 위협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난히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를 중성적으로 잘 꾸민 이들은 1990년대 싹튼 ‘꽃미남’이란 인간형의 현대적 재해석이기도 했다.

2009년 ‘링딩동(Ring Ding Dong)’부터 샤이니는 과감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다. 감정을 덜어낸 건조한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멤버들의 서로 다른 음색을 보여준다. 단순화된 멜로디는 가창자 한 명이 아닌 그룹의 화성에 방점을 찍는다. 훅은 멜로디나 가사보다는 발음과 사운드에 의해 힘을 얻는다. ‘루시퍼’와 ‘셜록’은 노래 구조에서도 해체를 시도한다. ‘루시퍼’는 몇 개의 훅이 서로 꼬리를 물며 돌아가면서 기승전결을 만들어낸다. ‘셜록’은 두 곡의 노래를 하나로 합침으로써 감정의 긴장과 폭발을 유연하고도 극적으로 조절해낸다.

‘평론가의 아이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어낸 그룹이다. 이들에 대한 호평은 실력이라는 단순한 가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음악과 전략의 미래지향적 성격을 팝의 매력 속에서 탄탄히 수행해내기 때문이다. 언뜻 의미가 선명히 다가오지는 않는 캐치프레이즈 ‘컨템퍼러리 밴드’가 지칭하는 지점도 바로 그것이다.

2013년 샤이니는 명실상부한 정점을 맞이했다. 더블 앨범 ‘더 미스컨셉션 오브 어스(The Misconception Of Us)’는 과감한 미학적 접근과 팝적인 설득력을 풍성하게 담아냈다. 그리곤 쉴 틈도 없이 덧붙인 미니앨범 ‘에브리바디(Everybody)’는 무대 위를 살아 움직이는 기계 장치로 만들어냈다. 노래와 춤 모두 완벽한 기량이었을 뿐더러, 누가 보더라도 ‘완벽 그 이상’을 느끼도록 설계된 작품이었다. 더구나 가사와 의상은 전체주의 사회를 테마로 했고, 안무는 기계인형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아이돌 산업이 세간의 인정을 향해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는 존재라면, 이것은 하나의 금자탑이었다. 인정을 받을 자격은 충분히 이뤘으므로, 그다음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에브리바디’의 격정적 엔딩에서 무대 위에 털썩 쓰러져버리던 이들이었다.

2015년 ‘뷰(View)’에서는 대중의 눈을 피해 탈주하여 아름다운 청춘의 한때를 즐긴다. 그리고 이듬해 ‘원 오브 원(1 of 1)’에서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가상세계를 구축한다. 당시 한국이 그토록 따라잡고 싶었던,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로 영원히 놓쳐 버린 그런 종류의 황금기다. 그것을 꿈꾸듯 노래하는, ‘신자유주의의 꽃’ 아이돌. 꿈에서 깬 듯한 기분 없이 이 시기의 샤이니를 다시 볼 수 있으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 모르겠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샤이니를 돌이킬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샤이니는 완성된 아이돌이었고, ‘완성형 아이돌’의 정의를 끌어올려 나가던 그룹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돌이란 틀이 담아낼 수 있는 미학적 성취를 이들보다 선명하게 멀리 끌고 나간 이는 드물다. 그러니 아이돌을 완성해 나가는 아이돌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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