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친구 같은 고등어, 그 새끼 ‘고도리’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네….’

여름날, 거의 양배추로 된, 그러니까 양배춧국, 양배추김치, 양배추조림, 뭐 이런 건건이에 보리밥을 먹으며 철책근무를 하던 때입니다. 러닝 바람에 기타를 퉁기던 애가 있었는데 그 노래가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였지요. 양배추 과다 섭취에 따른 영양 불균형으로 단백질이 절실했던 것인데, 낮 보초를 나가면 영락없이 석쇠처럼 생긴 철책에다 고등어 몇 마리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 먹는 생각을 해보면서 더디 가는 시간을 때우곤 했던 것입니다.

요즘 큰 고등어가 잘 안 잡혀 어선들이 고도리만 잔뜩 건져온다지요.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라고 합니다. 고등어는 다산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 가서 쓴 ‘자산어보’에 碧紋魚(벽문어)로 나옵니다. ‘푸른 무늬 물고기’란 뜻인데, 놈의 등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화투 고스톱에서 매화, 흑싸리, 공산 열 끗짜리로 이뤄지는 약(約)도 고도리라고 하지요. 일본어 고토리(五鳥)에서 왔는데 매화와 흑싸리에 1마리씩, 공산에 3마리 등 ‘새 5마리’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돈 없는 육순 아들이 구순 어머니께 드리려고 고등어를 슬쩍하다 붙들렸다는데, 세밑에 어물전 고등어들도 가슴을 쳤겠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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