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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쫓겨난 이라크서 3년 만에 성탄 예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24일(현지시간) 기독교인들이 가톨릭 교회에서 성탄전야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AP뉴시스


텔레스코프 등 기독인 거주지
올초부터 주민 속속 돌아와
감격의 크리스마스 예배 올려

인구 5만 넘었던 카라코시
수백 가구만 귀향… 상흔 여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해방된 이라크가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첫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이라크 각지 교회에서 3년 만에 열린 크리스마스 예배는 IS를 피해 해외로 떠나버린 사람들의 빈자리를 절감하며 자신들의 비극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북부 텔레스코프에 새롭게 수리한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크리스마스 전야 예배 모습을 기사 첫 머리에 올렸다. 산타클로스 차림의 아이들이 학교장 하야트 샤몬 다우드의 지휘에 맞춰 아리비아어로 ‘징글벨’을 불렀고 예배당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으로 넘쳤다고 통신은 묘사했다.

텔레스코프 기독교인들에게 이 예배는 3년 만에 고향에서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행사였다. 2014년 IS가 마을에 들이닥치면서 기독교인 1만2000명은 뿔뿔이 흩어져 숨죽여 살아야 했다. 다우드는 “교회에 돌아온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눈물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IS 점령 후 기독교인들은 개종을 강요받았다. 거부하면 죽거나 세금을 내야 했다. 텔레스코프를 비롯해 이라크 고대 기독교 공동체의 발원지인 니네베 평원의 많은 기독교인이 도망쳐 난민으로 살았다. 다우드도 그중 한 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인근 지역으로 피신했지만 해외로 떠난 사람도 많다. 주민이 조금씩이나마 돌아오기 시작한 건 IS 세력이 약해진 올해 초부터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이 다시 성탄을 기릴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니네베 평원 전역에 걸쳐 대다수 기독교인에게는 ‘씁쓸한 크리스마스’였다고 전했다. 지난 3년간 기독교인 공동체가 입은 상처가 워낙 크고 깊기 때문이다. 통신은 이들이 IS 침략 이후의 악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IS는 기독교 지역을 청소하듯 파괴했다. 약탈과 함께 집과 교회를 불태우고 유물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제2도시 모술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대표적인 기독교 도시 카라코시가 입은 피해는 광범위하다. 특히 고대 교회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각 가정도 집을 고치고 도난당한 물품을 다시 마련하는 데 수만 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인들은 물질적 피해는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산산이 깨진 공동체다. IS가 습격하기 전까지 카라코시는 인구 5만이 넘는 이라크 최대 기독교 정착지였다. 지금 이곳에 돌아온 가정은 수백 가구에 그친다. 대부분 해외로 이주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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