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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대 9… 트럼프 협박 유엔서 안 통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특별 본회의에서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전광판에 찬성 128표, 반대 9표, 기권 35표라고 쓰여 있다. AP뉴시스


‘예루살렘 수도’ 비난 결의
유엔서 압도적 표차로 채택

“유엔이 트럼프 뺨 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뜻을 거스르는 나라에 원조금을 끊겠다고 협박했지만 압도적인 다수가 미국을 비난하는 결의에 동참했다.

이날 표결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주요국을 포함한 128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채택된 결의안이 미국 결정을 무효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국제사회의 총의(總意)로 유감을 표명하는 효과는 있다.

9개국이 반대했고 35개국이 기권했으며 21개국은 표결에 불참했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과테말라 온두라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토고가 반대표를 던졌다.

기권한 나라는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아이티 호주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이다. 미국과 친밀한 북미·중남미 국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소국이 주로 미국 편에 섰다.

결의안 채택 직후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유엔총회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택한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그는 미국 뜻에 반하는 나라들의 명단을 만들겠다며 미국 쪽에 줄을 서도록 회원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를 거스르는 표를 던질 테면 던지라고 해라. 우리는 그만큼 돈을 많이 아끼게 된다”며 원조금 중단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슬람권 리더를 자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씨, 당신은 우리의 민주적 자유의지를 돈으로 살 수 없소”라고 받아쳤다.

결의안 채택에 대해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유엔이 트럼프 대통령의 뺨을 때렸다”고 표현했다. 중동 국가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 결정을 즉각 거부하면서 “예루살렘에 대한 분명한 지지 입장을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이스라엘 편에서 투표하거나 기권한 나라들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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