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눈마차 雪馬(설마)가 ‘썰매’로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징글벨.’

썰매는 설마(雪馬)가 변한 말로, 눈 위를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겠습니다. 雪(눈 설)이 들어 있어 어릴 적 얼음 위에서 타던 썰매만을 떠올리는 이라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겠지요.

썰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①얼음판에서 미끄럼을 타고 노는 썰매로, 양쪽에 날을 대고 위에 널빤지를 붙여서 만듭니다. 두 손에 꼬챙이를 들고 찍어가면서 앞으로 나가지요. 요즘은 깔고 앉아 내달리는 눈썰매장의 플라스틱 썰매도 봅니다. ②얼음판이나 눈 위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끄는 썰매로, 바퀴 대신 스키 같은 날을 달고 내닫는 ‘눈마차’라 하겠습니다. 알래스카같이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개, 순록 등이 끄는 이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정조 때 화성 축조 당시 공사의 모든 경과를 자세히 적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1801년 순조 1년 발간)에도 자재 운반기구로 雪馬가 나옵니다. 대나무를 나란히 묶고 위에 짚신을 달아 눈길을 걷거나 타던, 스키처럼 생긴 것도 雪馬라고 했었지요. 雪馬라는 말은 놀이와 이동·운반기구로서 근세까지 통용되다 근대에 와서 ‘썰매’로 변해 빙판 위 놀이기구로 의미가 좁아져 쓰이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산타의 雪馬는 지금 어디를 달리고 있을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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