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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턱밑서 힘 키우는 중국… ‘그레나다 프로젝트’



카리브해 섬나라 그레나다에
수조원 경제개발 계획 제안
파나마·자메이카 등서도
공격적인 인프라 건설 투자


중국 정부가 미국의 턱밑에 있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 대한 구애를 강화하고 있다. 인구 10만명이 조금 넘는 섬나라 그레나다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를 해 온 파나마와 수교하는 데 성공했고, 니카라과에서는 중국 기업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대운하 건설을 진행 중이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미국의 앞마당을 잠식하는 모양새여서 미·중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그레나다의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풍력발전소, 공항 등 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담긴 경제개발 계획 초안을 그레나다 정부에 전달했다. 그레나다가 수십억 달러의 계획안을 받아들이면 세계적으로 중국이 마련한 종합계획을 받아들인 첫 사례로 기록되며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SCMP는 내다봤다. 벌써부터 중국 국영기업들은 국립경기장이나 정부 보조 주택사업, 허리케인 피해 복구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관광·농업·교육 등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은 그레나다 외에도 카리브해 국가들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왔다. 중국은 올해 파나마와 수교하기 전에 파나마 운하 동쪽의 콜론시 마르가리타 컨테이너항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825억원)를 투자하는 계약을 했다. 중국 기업들은 또 지난 3년간 파나마의 각종 프로젝트에 256억 달러(약 29조원)를 쏟아부었고, 중국 정부는 80억 달러(약 9조1200억원) 차관까지 제공했다.

인근 니카라과선 2014년부터 중국계 기업인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 파나마 운하보다 넓고 깊은 대운하를 2020년 완공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길이 278㎞에 달하는 이 운하는 32만t급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규모다. 현재 파나마 운하의 2번째 고객이자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자원과 수송 루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중국 하버 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자메이카와 15억 달러(약 1조623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항구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자메이카에는 ‘베이징 고속도로’라는 이름의 도로가 지난해 3월 개통됐다. 자메이카의 남북을 잇는 67㎞의 왕복 4차로 고속도로로 7억3000만 달러(약 7890억원)가 투입됐다. 이 도로는 중국의 단일 건설 투자로는 카리브해 국가에서 가장 큰 규모다.

중국은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2015년부터 2년간 1900만 달러(약 205억원)를 들여 낡은 국립경기장을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해 왔으며 조만간 이를 기증할 예정이다. 가이아나에서는 지난달 500만 달러(약 54억원) 규모의 교육시설 개선비를 지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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