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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배신이 난무하는 음반 업계에 지른 불



음악 좀 듣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모를 리 없다.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위시 유 워 히어(Wish You Were Here)’의 재킷을 장식한 작품이었으니까. 저 사진엔 상술에 휘둘리고 배신이 난무하는 음반 업계를 향한 비판이 녹아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스턴트맨의 얼굴까지 솟구쳐 오르기도 했다.

이 책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를 쓴 사람은 바로 저 사진을 찍은 오브리 파월(71)이다. 그는 자신이 조직한 디자인팀 ‘힙노시스(Hipnosis)’의 역사를 들려준다. 책에는 힙노시스가 1967년부터 84년까지 작업한 음반 373장의 앨범 커버가 실려 있다.

힙노시스는 음반 커버가 음악과 “독립적인 작품”이 돼선 안 된다고 여겼다. 디자인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는 치열하게 음악을 분석했고, 난상 토론도 자주 벌였다.

서문은 록밴드 제너시스의 리더인 피터 가브리엘이 썼다. 서문에 실린 이런 대목을 읽노라면 힙노시스의 뚝심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제작한 유명한 음반 커버들엔 제목이나 글자가 없었는데 대부분의 레코드 회사는 질색하곤 했다. 힙노시스의 입장에서 예술과 광고란 공존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앨범 커버는 항상 그들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었으니.”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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