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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우선주의 재천명… 中·러 ‘라이벌 세력’ 지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신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고 있다. 안보전략은 미국 우선주의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연단 주변도 성조기로 빼곡하다.AP뉴시스


트럼프 외교안보 독트린 어떤 내용인가

“美에 이로운 경우에만
파트너들과 협력” 강조
“中·러는 수정주의 국가
美의 가치·이익과 상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독트린이 공개됐다. 냉전시대처럼 열강이 경제와 안보를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는 세계 속에서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도전하는 ‘라이벌 세력’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 정권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 때문에 러시아가 경쟁자로 지명된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안보전략을 서면으로 의회에 제출만 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연설하듯 직접 발표했다. 그는 전임자들이 이민 문제와 이란 핵합의, 무역협정 등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탓에 미국이 뒤처졌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안보전략을 보면 냉전시대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건에는 “세기 초의 단편적 현상으로 치부됐던 열강의 경쟁이 돌아왔다”고 적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성공은 필연적 결론이 아니라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라이벌들은 강하고 집요하고 끈질기며 우리도 그렇다”고 말했다.

안보전략 문건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과는 상반되는 세계를 만들려 하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수정주의 세력은 마르크스주의를 온건하게 변형한 사회주의 국가란 뜻이다. 문건은 또 두 나라가 “경제의 자유와 공정성을 저해하고 군사력을 키우면서 정보 통제로 자국 사회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을 글로벌 위협에 함께 대처할 잠재적 파트너로 여긴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욕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뭔가 해줄 것을 기대해 그동안 대중 무역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이번 문건에선 “위반과 속임수, 경제적 침략에 더 이상 눈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동맹국 및 경제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역점을 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미국에 이로운 것에 한해서만 파트너들과 협력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전 정부에서 맺은 여러 글로벌 합의의 가치도 깎아내렸다.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력에 대한 강조도 오바마 정권과 달라진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미국에 대한 공격을 단념시킴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우리 전략의 토대”라고 표현했다. 다만 부시 정권 때와 달리 ‘선제공격’이란 단어는 문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에 관해선 문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사이에 온도차가 있었다. 문건에는 러시아가 미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두루뭉술하게나마 표현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 정보기관의 제보로 러시아 테러를 사전에 차단한 최근 사례를 거론하며 “이건 대단한 일”이라고 자찬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안보팀이 대통령의 예측 불가하고 트위터로 즉흥적으로 분출시키는 생각들을 다 아울러서 뭔가 지적인 틀을 만들어내느라 고생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안보팀 사이의 이런 괴리 때문에 “우리가 이걸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험상 안보전략은 유통기한이 아주 짧고 이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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