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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유엔 결의안 14대 1… 미국의 고립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앞줄 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행된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 표결에 홀로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국 편을 든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을 제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4개 국가 전원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데 표를 던졌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에도 태도를 굽히지 않는 이유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지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집트가 상정한 예루살렘 관련 유엔결의안이 14개 회원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상임이사국 5개 중 하나인 미국이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고 전했다. 이 결의안은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선언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2011년 이래 6년 만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표결 결과를 두고 “오늘 목격한 건 (미국을 향한) 모욕”이라며 “잊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국제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동맹국들 모두 기권조차 하지 않고 결의안에 찬성한 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고립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일관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 태도를 유지하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일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신(新) 삼각동맹’을 그 배경으로 든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는 집권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개신교 복음주의 성향 유권자들을 결집해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권 이래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 주변국에 강경일변도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확실한 ‘우군’으로 돌아온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아랍권의 맹주를 자처하던 사우디가 그 위상에 비해 이번 사태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포스트 이슬람국가(IS)’ 시대를 맞아 ‘반(反)이란 전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사우디 역시 이번 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맹관계를 공고히 할 경우 아군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지난달 사우디 측에 이란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정보 공유를 제의한 바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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