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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마피아와 고리 끊는 가톨릭



영화 ‘대부’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콜리오네 패밀리’의 두목은 수많은 청부살인을 저지르고도 멀쩡히 성당에서 용서와 축복을 받는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마피아 문화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남부에서 마피아의 악행을 눈감아주던 가톨릭 문화가 바뀌었다고 1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단적인 예는 지난달 16일 마피아 거두 살바토레 리이나가 감옥에서 숨을 거둔 직후였다. 이탈리아 가톨릭 주교회의는 성명에서 “리이나는 신의 심판을 받겠지만 (가톨릭 주관의) 공개 장례식은 생각해볼 여지조차 없다”고 발표했다. 결국 리이나는 고향 콜리오네에서 지역 신부의 참관 아래 비공개 장례식을 치렀다.

1970, 80년대에 들어 이탈리아 남부 가톨릭교회는 마피아 범행을 사실상 관용해 왔다. 당시 두 집단 모두 공산주의를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어서였다. 회개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마피아 두목을 가톨릭교회가 앞장서 공개적으로 용서하는가 하면 폭력에 눈을 감고 오히려 앞날을 축복했다. 마피아에 저항하던 신부들도 있었지만 1993년 한 신부가 마피아가 아동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걸 막으려다 살해당하는 등 생명의 위협을 받기가 일쑤였다.

괄목할만한 변화가 이뤄진 것은 최근 들어서다.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은 마피아 범죄로 희생당한 3세 아이를 기리는 자리에서 마피아를 파문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또 미사에서 마피아에 희생당한 피해자 80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의식 개혁을 촉구했다. 지아니 디 제나로 신부는 이코노미스트에 “가톨릭교회의 태도 변화는 수많은 용감한 신부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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