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기대하게 만들다… 韓아이스하키 ‘푸른 눈 골리’ 달튼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 맷 달튼(오른쪽)이 지난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펼쳐진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날아오는 퍽을 글러브로 받아내고 있다. 달튼은 이날 스웨덴전에서 상대 유효슈팅 42개 중 37개를 막아냈다. AP뉴시스


美 대학시절 팀 1부리그 4강 견인
NHL 입단후 주전자리 확보 못해
러시아 거쳐 한국 안양서 새출발
올림픽 출전 꿈 안고 지난해 귀화
2017 유로하키 채널원컵 맹활약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인 캐나다 출신 귀화선수 맷 달튼(31·안양 한라)의 머릿속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수준의 대회에서든 날아오는 퍽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푸른 눈의 코리안을 마주 할 수 있다.

달튼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클린턴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아이스하키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달튼은 여섯 살 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려고 아이스하키와 스케이팅을 처음 배웠다. 그의 가족은 달튼이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달튼은 어릴 때부터 골리가 입는 유니폼과 장비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동네 친구들은 서로 공격수를 하겠다고 다퉜지만 달튼은 출전 기회가 생기면 골리를 하겠다고 자처했다. 달튼이 느낀 아이스하키는 재미 그 이상이었다. 끊임없이 이뤄지는 공수 전환, 빠른 경기 전개속도, 거친 몸싸움이 동반되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그는 흠뻑 빠졌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달튼은 미국 미네소타의 베미지주립대 재학 시절 미국 대학 1부 리그(NCAA 디비전 1) 전국 토너먼트에서 팀의 4강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펼칠 것인지 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했고,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도 좋았다.

그는 2009년 NHL 명문 구단 보스턴 브루인스에 입단, 꿈에 그리던 NHL 선수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수들이 모인 NHL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골리는 구단별 2명씩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달튼은 해외리그로 눈을 돌렸다. 2011년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의 비티아스 체호프에 새 둥지를 틀었고, 이듬해 니즈니캄스크로 이적했다. 정규리그 38경기에 나서 선방률 92.3%의 호성적을 냈다. KHL에서의 활약은 아시아리그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러시아를 떠난 달튼은 2014년 안양 한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5-2016 시즌과 지난 시즌 소속팀의 리그 2연패를 이끌었고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달튼은 지난해 3월 한국인으로 귀화해 태극전사가 됐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도 올림픽 진출이라는 꿈을 가진 그의 결정을 지지해줬다. 골문을 막는 한국의 철옹성이 돼 달라는 뜻의 ‘한라성’이라는 한국 이름도 얻었다.

지난 14∼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은 한국의 평창올림픽 최종 모의고사나 다름없었다.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은 캐나다(1위)와 핀란드(4위) 스웨덴(3위)과 차례로 맞붙어 모두 졌지만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4점 차 이내의 선전을 펼쳤다.

선수 중 단연 발군은 수문장 달튼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상대 유효슈팅 총 156개 중 무려 143개(선방률 91.7%)를 막아냈다. 선방률이 참가국 골리 중 최고수준은 아니었지만 우리보다 한 수 위의 막강한 상대 공격수들을 고려하면 달튼의 활약은 대단하다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전술과 체력을 좀더 가다듬으면 내년 올림픽에서 ‘빙상 위의 기적’이 일어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기대감을 달튼이 심어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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