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⑥ 빅뱅, K팝의 전설·전위로 보낸 10여년


 
보이그룹 빅뱅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투어 콘서트 '라스트 댄스'에서 히트곡을 열창하고 있다. 빅뱅은 오는 21∼24일 일본 오사카를 거쳐 30∼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선다. 왼쪽부터 멤버 승리 지드래곤 태양 대성.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팬덤 대표하며 견인
남자에게도 사랑받는 보이그룹
가요의 전통적 소구점을
재해석한 작품 ‘거짓말’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공략
30∼31일 ‘라스트 댄스’ 콘서트


돌이켜보면 보이그룹으로서는 거창한 이름이다. 빅뱅은 2006년 MTV ‘리얼다큐 빅뱅’이라는 솔직담백한 제목의 리얼리티 방송을 통해 데뷔한 YG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보이그룹이다. 이들은 2007년 아이돌 붐의 최전선에 서 있었고, 세계의 K팝 팬덤을 대표하며 동시에 견인해 왔다. 적어도 K팝에 있어서 ‘빅뱅’이란 이름이 아까울 수는 없다. 그렇게 10여년을 보낸 빅뱅의 성대한 무대는 오는 30∼3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라스트 댄스(Last Dance)’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남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보이그룹 중 하나다. 빅뱅의 멤버들은 ‘남자들이 친구 삼고 싶은 남자’의 조건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가졌다. 그것이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국민적 그룹을 회고하도록 하며 대중적인 호감을 키운 셈이다. ‘팬덤의 지지’를 넘어 대중 전체가 관심을 가져 마땅한 슈퍼스타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커리어 초반 대대적 인기몰이를 한 곡 ‘거짓말’(2007)은 가요의 전통적인 소구점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해낸 상징적 작품이었다. 이별과 거짓말 미안함이란 소재는 지극히 고전적이었다. 그러나 곡은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반복하지만 정확히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이별을 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그저 이별 뒤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퍼즐 조각처럼 나열할 뿐이다. 이후 가요계에는 맥락을 자세히 제시하지 않고 이미지를 나열하는 방식의 가사가 쏟아져 나오게 됐다.

2006년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됐다. 파급력 큰 음악 감상 플랫폼이기도 한 유튜브는 당시 소수였던 해외 팬들에게 K팝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줬다. 요즘과 같은 해외 K팝 팬덤은 유튜브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마침 같은 해 데뷔한 빅뱅은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유튜브를 ‘점령’했다. 2012년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는 그런 빅뱅의 전위(前衛)적 입지를 보여준다. 잔뜩 힘을 주고 카메라를 노려보며 으르렁대지만 그런 몸짓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음악과 영상이 점점 치달아 오르다가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크게 의미 없는 가사 “와우 판타스틱 베이비(Wow Fantastic Baby)”를 던져버리는 식이다. 심각하고 정열적이지만 맥락 없는 자극으로 가득하다. K팝의 미학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장 충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인 동시에,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K팝에 입문시키기도 했다.

2015년부터 연작 형태로 발매한 ‘메이드(MADE)’ 시리즈는 현재까지 빅뱅의 마지막 앨범으로 남아있다.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오는 ‘루저(Loser)’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는 서사를 약간의 아이러니로 뒤틀어 놓는 특유의 감각이 살아있다. ‘뱅뱅뱅(Bang Bang Bang)’은 거부할 수 없도록 신나지만 동시에 황당무계하고, ‘베베(Bae Bae)’나 ‘쩔어’는 지독한 색채의 몽환적 공간에 유머를 풀어놓는다. K팝의 전설이지만 전위의 자리도 내려놓길 거부하는 존재, 빅뱅의 ‘폭발’이 멈출 때면 모두가 그 적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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