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변변치 못한 잡다한 사람들 ‘어중이떠중이’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은 대조선 해상봉쇄 책동이 불러오게 될 파국적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북한이 자기네 쪽으로 들고 나는 배를 막겠다는 미국에 대해 한 말입니다. ‘어중이떠중이’가 뭘까요.

어중이떠중이는 어중이(어중간한 이)와 떠중이(떠돌이)가 합쳐진 것인데, 사회적 위치가 어중간한 사람과 정해진 곳 없이 떠도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마구 모인, 변변치 못한 잡다한 사람들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지요.

어중간하다는 ‘중간쯤에 있다, 이도 저도 아니게 두루뭉술하다, 때가 이러기에도 덜 맞고 저러기에도 덜 맞다, 정도나 기준에 꼭 맞지는 않지만 어지간히 비슷하다’는 말이고, 떠돌이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지요. 어중이와 떠중이의 ‘이’는 바둑이의 ‘이’처럼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고, 떠돌이가 떠중이가 된 것은 어중이와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계명구도(鷄鳴狗盜).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맹상군이 진(秦)나라에 갔다가 죽을 처지에 몰렸을 때 식객 중에 닭울음소리 잘 내는 이와 개 짖는 흉내 잘 내는 사람의 도움으로 탈출했다는 얘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는 법. 어중이든 떠중이든 얼마든지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지요. 빛 좋은 개살구보다 백 배는 낫다 하겠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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