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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지카’ 감염 아기들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으로 소두증을 갖고 태어난 호세 웨슬리 캄포스가 지난해 9월 28일 북동부 헤시페 지역 장애아동협회 재활센터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울고 있다. AP뉴시스


19∼24개월 19명 조사 결과
신체·인지발달 6개월 미만
일부는 먹거나 삼키지도 못해
심각한 뇌손상 탓으로 추정


머리가 작게 태어나는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처음 유행할 당시 태어난 유아 감염자 상당수가 우려됐던 대로 심각한 발달장애를 보이고 있다. 만 2세 정도인 아이들 다수가 걷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브라질 보건부 등과 함께 지카바이러스 감염 출생자들을 상대로 처음 실시한 포괄적 실태조사 결과를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감염으로 소두증을 갖고 태어난 아이 중 생후 19∼24개월인 19명의 발달 상태를 평가했다. 이들은 지카바이러스 유행 진원지인 북동부 파라이바 지역에서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태어난 아이들 중 선별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인지·신체 발달 상태가 생후 6개월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앉지도 씹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사실상 말도 하지 못한다. CDC 소속 조지나 피코크 발달·장애 분야 책임자는 “아이들은 옹알거리는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마마’ ‘바바’ ‘다다’ 같은 소리도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19명 중 4명은 발달장애나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아이들의 경우 감염자로 잘못 분류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여아 8명과 남아 7명 등 나머지 15명은 다양한 징후를 보였고 대부분 발달이 정체된 것으로 평가됐다. 모두 중증 운동신경장애를 갖고 있었고, 1명을 제외하고 뇌성마비 진단 조건도 충족했다. 또 거의 다 발작과 수면장애를 갖고 있었다. 9명은 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이 경우 음식이 폐에 걸리거나 영양이 부족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8명은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입원한 상태였다.

아이들은 또 학습과 발달을 저해할 만큼 심각한 시청각장애를 보였다. 피코크 박사는 “아이들은 딸랑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물체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상태”라며 “보통 생후 6∼8주가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의심하기로는 뇌에 많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며 “즉 심각한 인지장애”라고 진단했다.

브라질 알티노 벤추라재단의 카밀라 벤추라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도 CDC 결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재단은 브라질 페르남부쿠 지역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 285명에게 물리치료와 시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재단이 유아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아이들은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상당수는 우유도 삼키지 못했고 일부는 음식 주입을 위해 위관을 필요로 했다. 벤추라 박사는 “40명 중 2명만 걸을 수 있었다”며 “다른 아이들은 머리를 들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내 소두증 출생자는 3000명에 달한다. CDC 연구진은 “이 중 몇 명이나 조사 대상만큼 심각한 상태인지 확실치 않지만 브라질 의사들은 수백명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DC 센터장 브렌다 피츠제럴드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 아이들은 엄청난 수고와 관심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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