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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70년 前 한강과 서울 사람들



거의 70년 전 사진이다. 꽁꽁 언 강물 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아마 독자 상당수는 저 사진이 강원도 어디쯤을 촬영한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저곳은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1948년의 서울 마포 나루터를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미군정 3년사’에는 한국이 미국의 군정(軍政) 하에 있었던 1945년 8월 15일부터 3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한국의 정치사에서 저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인터넷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미군정시대 한국인의 삶이 담긴 사진들이다.

책에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보관하고 있던 당시의 사진들을 비롯해 남한의 사진가들이 촬영한 작품,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 등이 실려 있다. 흑백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컬러사진도 곳곳에 등장한다. 말미에는 48년 8월 8일 진행된 기자들의 ‘8·15 해방 회고 좌담회’ 내용이 펼쳐진다. 굴곡진 한국의 근현대사를 실감할 수 있다.

엮은이는 소설가이자 역사가인 박도(72)씨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비망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미군정 3년사를 완벽하게 서술했다고 자부치 않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료를 모은 뒤 이를 깁고 다듬었다.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는 학도로서 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이 일을 하는 동안 무척 힘들었지만 미처 몰랐던, 마치 거대한 빙하의 밑바닥을 보는 것과 같은 짜릿한 기쁨도 있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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