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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조건 대화”… 김정은 받을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1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를 주재하는 장면. 김 위원장은 12일 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은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고 주장했다. AP뉴시스, 조선중앙TV캡처


틸러슨, 파격적인 카드 꺼내

“날씨 이야기라 해도 좋다
대화 원하면 말하라”
핵무기 포기·폐기 요구 안해

미·중, 北 급변 사태 대비
핵무기 우선 확보 등 논의
오늘 한·중회담서도
관련 문제 논의 가능성 거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먼저 핵무기 포기 의사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그동안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었던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언이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한국 국제교류재단과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서 날씨 얘기를 해도 좋고, 사각 테이블이 좋을지, 원탁이 좋을지 논의해도 좋다”면서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미 대화가 열리면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한반도 위기가 해소되고,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지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앞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12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 NHK방송 기자를 만나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다만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먼저 대화를 원한다고 말하고, 일정 기간 도발을 중단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면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화에 앞서 북한이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무조건적인 핵무기 포기와 폐기를 요구하지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단지 북한 측과 만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가 됐느냐’고 물어보기만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그들은 이미 거기에 너무 많은 걸 투자했다”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점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비확산 등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제재 해제, 경제적 지원이 따를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중요한 것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대화 테이블에는 원하는 모든 걸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군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핵무기를 확보하고 북한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은 접경지역을 넘어오는 북한 난민들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 측에 알렸고, 미국은 유사시 미군이 휴전선을 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한국으로 복귀하겠다고 중국 측에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등이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협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강준구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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