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김영석] 분발유위 <奮發有爲>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평화회의. 첫 비(非)백인 국가 회의다. 공산주의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일부 국가의 주장에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때 저우언라이 총리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주창했다.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서경(書經)의 구대동존소이(求大同存小異)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결국 공동선언문인 ‘반둥 10원칙’을 도출해냈다. 중국이 제3세계 국가의 맹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중국 수뇌부가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은 변했지만 구동존이 정신만큼은 교과서처럼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굴레를 씌우듯 얽매고 구속한다는 뜻의 기미(羈?)를 대외 정책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주변국을 세력 범위 안에 두고 통제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다 인구와 방대한 영토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이 떨어지다 보니 부각되지 않았다. 덩샤오핑 주석은 힘이 약할 때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기조를 유지했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통해 힘이 축적되자 장쩌민·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면서는 세계 평화를 지지하면서 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화평굴기(和平?起)와 적극적인 관여, 개입을 뜻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가 부각됐다.

시진핑 주석이 즐겨 쓰는 단어는 분발유위(奮發有爲)다.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소작위보다 더 공세적인 뜻이 담겨 있다.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돼 있다. 사드 보복이 좋은 예다. 너무 지나치다. 지난 1년여간의 보복도 모자라 완전 해제를 하지 않고 있다. 10·31 합의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3불 대못박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찾은 날 시 주석은 수도 베이징을 비웠다. 한국 길들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국의 자세가 아니다. 저우언라이 총리의 구동존이 정신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