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이스라엘 공습·총격에 4명 사망… 피 부른 트럼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과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하마스 대원의 시신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공습으로 하마스 대원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나오기는 3년 만이다. AP뉴시스


이스라엘 경찰이 지난 8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다마스쿠스문 주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9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집에서 아이들 가방과 공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뒤 양국 접경지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지며 최소 4명이 숨지고 1200여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만남을 취소하는 등 미국과의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도 미국 성토장으로 변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시위 무력 진압과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아기 한 명을 포함해 1250명이 다쳤다고 10일 밝혔다.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가자지구에서는 5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자체 파악한 부상자 231명 중 12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이스라엘이 전날 새벽 가자지구 하마스 시설 4곳을 폭격해 각각 27세, 30세인 팔레스타인 남성 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에 각각 2발, 3발 등 모두 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알쿠스 TV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자가 나오기는 2014년 7∼8월 벌어진 양측 간 ‘50일 전쟁’ 이후 3년 만이다.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포 중 한 발이 이스라엘에 떨어졌다며 보복 공격을 벌였다. 사망자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거리로 나온 8일 시위 현장에서도 팔레스타인인 2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시위 주동자 2명을 조준 사격해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 6∼8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예루살렘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지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여학생과 어린이까지 가세한 시위대는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를 불태우며 이스라엘 군경과 충돌했다. 이스라엘 측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고무탄 등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트위터에서 “경찰관 4명이 돌에 맞아 경상을 입었다”며 “(예루살렘) 다마스쿠스문(門) 일대에서 시위 참가자 1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리야드 알 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달 말 중동을 방문하는 펜스 미 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알 말리키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연맹(AL) 긴급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팔 협상 중재 자격을 잃었다”며 양국 간에 어떤 교류도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집트 콥트 정교회도 오는 20일로 예정된 펜스와 정교회 지도자 간 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아랍계 중동·아프리카 22개국이 모인 AL 회의에서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결정은 이스라엘 점령을 합법화한다”며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을 동예루살렘이 수도인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영국 프랑스 이집트 등의 요구로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팔 평화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5개국 유럽연합(EU) 대사는 긴급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예루살렘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수도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