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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발칵 뒤집은 ‘수도 예루살렘’ 선언… 美정치권만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뒤 터키 이스탄불의 미 영사관 근처에 시위대가 모여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슬람권을 무시하고 이스라엘 손을 들어준 것에 항의하는 의미다. AP뉴시스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예루살렘 수도 인정 선언서를 들어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AP뉴시스


복음주의 기독교·유대계 로비에
워싱턴만 친이스라엘 ‘한목소리’
백악관 참모진 찬반 엇갈려

하마스 “트럼프, 지옥의 문 열었다
적들에 맞서 민중봉기 나서야”
우리 공관들, 교민 안전 등 당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서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선언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환영하는 곳은 이스라엘과 미국뿐이다.

미국에서는 야당(민주당)도 반발은커녕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발표 직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와 상·하원 외교위원회 간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테러나 소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찾기 어려웠다.

미 의회는 이미 1995년에 압도적 표차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의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정계를 주무르는 유대계 파워가 국제사회와 유리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복음주의 기독교와 성경적 가르침의 영향도 결정의 토대가 됐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국 복음주의 교인의 45%가 “이스라엘에 관한 견해에 성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들 대다수는 “유대인은 과거 이스라엘 땅에 대한 성경적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선 견해차가 있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는 대사관 이전 강행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별대표는 인정은 하되 대사관 이전을 미루자는 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나오자 아랍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날 가자지구 연설에서 “미국이 지지하는 시오니스트 적들에 맞서 새로운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동 양대 맹주이자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조차 한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했다. 터키와 요르단, 레바논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해당 지역 우리 공관들은 관광객들의 역내 방문 자제와 교민 안전을 당부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독일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역시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팔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반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유엔은 예루살렘이 이·팔 어느 쪽의 소유도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아랍권도 대응에 나섰다. 아랍연맹(AL)이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가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각각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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