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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이한열, 그의 시계는 어디에…



화질이 흐릿하지만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저 사진의 정체를 짐작할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신호탄이 된 사진이니까. 그해 6월 9일,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던 이한열은 최루탄에 맞아 약 한 달 뒤인 7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원래 사진에는 이한열이 최루탄에 피격 당한 장면이 담겨 있는데, 여기선 고인의 몸통만 클로즈업했다. 전자시계가 채워진 손목이 이한열의 손목이다.

최루탄에 맞았을 때 그가 착용한 옷 신발 안경은 현재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하지만 저 시계의 행방은 3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시계는 이한열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던 과정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저 물건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시계에 얽힌 에피소드 중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한열의 사촌인 마대복씨는 88년 한 학생을 만났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사실은 제가 한열이가 차고 있던 시계를 주워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언젠가는 꼭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한열의 삶을 기록한 ‘1987 이한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시계는 찾지 못해도 상관없다. 시계를 돌려주겠다고 했던, 그 고마운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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