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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인공지능의 미래,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지난 6월 9일 방송된 tvN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는 인류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카이스트 교수인 물리학자 정재승은 AI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AI에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넣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AI가 ‘지배 욕망’이라는 고등한 지능을 얻을 확률은 원숭이가 타자기를 마구 쳐서 ‘햄릿’이 나올 확률과 비슷해요.”

출연진은 정재승의 설명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AI가 인류의 존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닉 보스트롬은 지난 4월 국내에도 출간된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 이렇게 적었다. AI의 위험성을 허투루 여기는 현재의 인류는 “폭탄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고.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은 AI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논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 맥스 테그마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과 교수로 2014년 ‘생명의 미래 연구소(FLI)’를 설립해 AI를 둘러싼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생명체가 진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던 단계를 ‘라이프 1.0’으로, 학습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현재 인류의 수준을 ‘라이프 2.0’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라이프 3.0’은 무엇일까. ‘라이프 3.0’은 하드웨어까지 개량할 수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인류는 덩치를 훨씬 크게 만들거나 뇌의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이런 기술의 중심엔 바로 AI가 있다. 저자는 AI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각각 어떤 논리를 띠는지 살피면서 과학기술이 바꿔놓을 사회상을 그려낸다. AI 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고 그래픽 자료까지 가득 담겨 있으니 가독성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저자가 내다본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이렇게 답한다.

“운명으로 정해진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고 수동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무슨 일이 발생해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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