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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대법원 8개국 입국 금지 트럼프 손 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타주의 국가기념물 면적을 축소한 데 항의하는 주민들이 4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특정 국적자를 입국하지 못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면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주로 이슬람 문화권을 대상으로 삼은 까닭에 종교·인종적 포용과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건국정신에 위배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뿐만 아니라 전임 정권에서 지정한 국가기념물 자연유산을 지정해제하는 등 국가 정책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작업을 잇달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북한과 리비아 베네수엘라 소말리아 시리아 이란 예멘 차드 8개국 국적자를 입국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백악관 요청에 따라 4일(현지시간) 전면 인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하급 항소법원 등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당 행정명령이 완전 시행될 수 있게 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지난 9월 24일부로 두 번째 수정된 것으로 기존 이슬람 문화권 6개국에서 수단을 빼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를 추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처음 내놨던 안보다 더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 이번 대법원 결정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이란 국적자는 교환학생 입국은 가능하지만 감시가 한층 강화된다. 소말리아 국적자는 이민이 전면 금지되지만 감시하에 입국은 가능하다. NYT는 이외에도 국가에 따라 세부조건이 다르지만 해당 국가 시민 대다수는 미국에서 영구적인 해외근로나 유학, 휴가가 불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처럼 반이민 정책이 현실화되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에 맞춰 NYT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미국은 인종·종교·성정체성·출생지에 바탕한 부족주의(tribalism)가 포용적 국가주의를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사회에서) 정서가 너무나 자주 이성을 지배한다”며 “분노로 눈이 멀어 답을 볼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역주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타주 자연유산 국가기념물 지정 면적을 대폭 축소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념물로 지정한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의 지정 면적은 80%가, 클린턴이 지정한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에스칼랑트’의 지정 면적은 45%가 줄었다. 전임 정권 흔적 지우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에라클럽 등 7개 환경보호단체는 대통령의 월권행위라며 법원에 제소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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