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바꾼다, 팀도 세상도… 40대 스포츠 명장 리더십

호셉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소통의 리더십으로 지난달 1일(현지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A J 힌치 감독(왼쪽)과 이번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보스턴 셀틱스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 AP뉴시스


과르디올라 EPL 맨시티 감독

훈련때 지시만 내리지 않고 동참
경기 결과보다 내용 좋으면 칭찬


힌치 MLB 휴스턴 감독

소통과 동기부여를 최고로 신경
격려 원하는 선수에겐 격려해줘


스티븐스 NBA 보스턴 감독

선수들이 원하는 건 최대한 배려
팀 하나 되도록 공동체 의식 강조


리더의 결정이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감독의 팀 운영과 최고경영자(CEO)의 기업 경영은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명장들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해 왔다. 최근엔 젊은 명장들의 ‘소통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과 대화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수와 함께 눈물 흘린 호셉 과르디올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맨시티)의 호셉 과르디올라(46) 감독은 ‘전술 혁명가’로 통한다. ‘토털 사커(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유명한 고(故) 요한 크루이프의 애제자였던 그는 참신한 전술로 돌풍을 일으켰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여덟 시즌 동안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들어올린 우승컵은 21개에 달한다. 2016년 7월 맨시티 사령탑에 오른 그는 지난 시즌 사령탑 데뷔 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번 시즌 특유의 리더십으로 다시 우승컵 사냥에 나서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 4일(한국시간) EPL 15라운드 홈경기에서 웨스트햄을 2대 1로 꺾고 단일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13연승을 달성했다. 14승 1무(승점 43)를 기록한 맨시티는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5)를 승점 8점 차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뮌헨 시절이던 2014년 4월 신인이던 피에르 호이비에르(21·사우샘프턴)가 위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잃자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훈련 때 지시를 내려놓고는 팔짱을 끼고 선수들을 지켜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30)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훈련 때 지시만 내리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왜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달리 경기 결과보다 내용을 더 중시한다.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도 선수들을 칭찬할 때가 종종 있다. 선수들이 골을 못 넣었지만 최선을 다해 뛰며 팀의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 구현했을 때 그렇게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또 다른 장점은 과감한 ‘퓨전’으로 새로운 축구를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그는 역습 축구에 뛰어난 뮌헨에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오가듯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를 접목해 2013-2014 시즌부터 3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뤄냈다. 이번 시즌엔 힘과 스피드가 좋은 맨시티에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와 뮌헨의 역습 축구를 도입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맞춤형 조언 해주는 A J 힌치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엔 43세의 젊은 감독 A J 힌치가 보여준 소통 리더십이 주효했다.

2015년 휴스턴의 지휘봉을 잡은 힌치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부임 첫해부터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휴스턴의 10년 만의 가을야구였다. 이듬해인 2016년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힌치 감독이 구상한 리빌딩은 올해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휴스턴은 1962년 창단 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힌치 감독은 심리학이 감독직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과 동기부여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인터뷰에서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다그침을 필요로 할 때는 다그쳐야 한다”면서도 “그들이 따뜻한 격려를 원할 때는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이 믿음을 줘야 하고, 선수들이 스스로를 믿는 문화를 만들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상황과 심리 상태에 맞춰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힌치는 언제나 감독실로 선수들이 찾아와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도 진심어린 감독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면서 힌치 감독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인 호세 알투베는 “힌치 감독은 선수들을 믿어줬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며 “잘못된 플레이를 할 때는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힌치 감독의 MLB 지도자 생활이 항상 꽃길은 아니었다. 첫 도전은 쓰디쓴 실패였다. 그는 2009년 5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이 됐다. 그의 나이 불과 35세였다. 당시 힌치는 경험이 부족했고 팀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면서 2010시즌 도중 경질됐다. 힌치는 첫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2015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휴스턴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선수 개개인을 파악했다. 야구에 대한 공부도 놓지 않아 상황별 라인업과 투수 운용 등에서 더욱 정교해졌다.

선수들의 개성 살린 브래드 스티븐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를 지휘 중인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올해로 41세의 젊은 사령탑이다. 스티븐스 감독은 2013년 처음 소속팀 지휘봉을 잡은 뒤 동부 콘퍼런스 12위에 그쳤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팀 순위를 조금씩 끌어올리며 성공 신화를 썼다. 미국 현지에서는 스티븐스 감독의 존재가 올 시즌 1위인 보스턴의 상승세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화한 성격을 지닌 스티븐스 감독은 개성이 강하기로 소문난 NBA 선수들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선수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최대한 배려한다. 또한 공동체의 목표의식을 강조해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탁월한 지도력까지 더해져 차세대 명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스티븐스 감독은 2013년 부임 직후 ‘악동’ 라존 론도(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를 끌어안았다. 평소 불평 많은 론도가 “스티븐스 감독과 식사는 물론 문자, 전화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다. 나는 선수로서 그를 도울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가드 아이재아 토마스(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스티븐스 감독 아래서 최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 스티븐스 감독은 피닉스 선즈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토마스의 공격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왔다. 토마스가 공격할 수 있는 전술을 짰다. 토마스는 리그 최정상급 가드로 우뚝 서며 믿음에 부응했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한 가드 카이리 어빙은 리더 기질이 강하다. 스티븐스 감독은 어빙이 맘껏 공격을 펼치도록 풀어놨다. 어빙은 보스턴의 해결사가 됐다.

김태현 박구인 이상헌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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