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⑤ 방탄소년단, 숨가쁜 스펙터클 그 자체가 되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베스트 뮤직비디오상’과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 인 홍콩’도 수상했다. 왼쪽부터 제이홉 정국 RM 뷔 진 슈가 지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보이그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인터내셔널 슈퍼스타’라는 말로는 부족한 팀”이라고 불리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엘렌 드제너러스 쇼’를 비롯한 미국의 간판 쇼프로그램에 줄줄이 출연했다. 심지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방송 ‘딕 클락스 뉴 이어즈 로킹 이브 2018’에도 출연한다고 한다. 미국 디스크자키 스티브 아오키가 리믹스한 최신 발매곡 ‘마이크 드롭(Mic Drop)’은 발매와 동시에 세계 47개국에서 아이튠즈 ‘탑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 모든 건 미국 현지 정상급 스타와 견줄 만한 성취였다. 지난 5월 빌보드 ‘탑 소셜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에 놀랐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찔한 상승세다. 이들은 오는 8일부터 3일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K팝에서 차마 상상하지 못했던, 픽션보다 픽션 같은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9월 발매된 정규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는 마치 BTS라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OST처럼 들린다. 빌보드 수상 소감을 앨범의 허리에 고스란히 수록하고, 타이틀곡 ‘DNA’의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색감 속에서도 어딘지 미국 보이밴드의 담담한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K팝에는 좀처럼 없던 짐짓 거만하고 방탕한 모습도 보여준다. 앨범은 ‘현재 우리의 무대는 미국’이라고 선언한다.

2013년 데뷔 후 이듬해 앨범 시리즈 ‘학교 3부작’을 통해 답답한 학교에서 고통 받으면서 꿈을 꾸는 10대를 그려내고, 2015년 또 다른 앨범 시리즈 ‘화양연화’를 통해 가진 것 없어 좌절하던 청춘을 노래하던 이들이다. K팝의 시류에선 좀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던 그 서사가 일곱 소년의 몸에 제 옷처럼 붙었다. 그리고 이제는 대중음악 세계의 정상에 서고 말았다. 방탄소년단의 서사는 그렇게 거대하고도 끝없이 가파른 스펙터클을 그린다.

이민자 사회를 중심으로 부상하는 K팝, 그중에서도 미국 대중에게 친화력 높은 음악적 스타일을 갖춘 팀이다. ‘낫 투데이(Not Today)’의 뮤직비디오는 결정타였다. 인종주의가 음악계 이슈에 오른 지난 2월 그래미 시상식의 불과 닷새 뒤에 발표된 곡이었다. 치열하고도 정제된 K팝의 특징 속에 소수자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직설적으로 ‘의식 있는 음악’, 방탄소년단은 미국이 이들을 원할 모든 가치를 증명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 곡은 또한 힙합 성향의 이들의 과거 발표곡에 젠더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완전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겠다는 제스처는 선명했다. 비판마저도 BTS라는 ‘슈퍼히어로’의 성장 서사 안으로 빨아들인 셈이다. 세계적 슈퍼스타가 된 현재를 표현의 소재로 삼은 ‘DNA’를 발표하듯이 말이다. 외부 상황 변화를 서사에 흡수해버리는 기민한 대응이 방탄소년단의 성공사라는, 지금 가장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방탄소년단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팬클럽 ‘아미(ARMY)’는 세계적으로 대단한 응집력과 헌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소위 ‘화력’ 또한 미국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한 가지다. 아미의 뜨거운 열정을 시장이 어느 정도는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오늘을 일궈준 아미를 어떻게 지켜낼까. 어쩌면 그것은 이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다음 장에서 펼쳐질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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