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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야마이치證 파산 그날의 교훈 잊은 日기업

일본 4대 증권사 중 하나였던 야마이치증권은 회계부정으로 손실을 숨겨오다 1997년 11월 24일 자진 폐업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언론은 야마이치증권 폐업의 교훈을 되새기고 있지만 일본 기업의 부정·조작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후지제록스, 닛산자동차, 고베제강, 미쓰비시머티리얼 등에서 사건이 터진 데 이어 28일 섬유화학업체 도레이까지 가세했다.

82년 야마이치증권에 입사한 동기 40명이 지난 18일 모임을 가졌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한창 팔팔하던 30대 후반에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거리로 나앉았던 이들은 20년 전 사라진 회사의 사가(社歌)를 부르며 회상에 잠겼다.

폐업 당시 기획실 부장이었던 이시이 시게루씨는 폐업 반년 전에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지만 사내 저항이 강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야마이치는 거품 붕괴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도바시’(평가손실을 본 유가증권을 다른 회사에 일시 전매하는 수법)로 페이퍼컴퍼니에 떠넘기다 파산했다. 현재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야마이치 전 직원 사이토 겐지씨는 당시 경영진이 부정과 경영악화 실태를 사원들에게 숨겼던 것에 특히 분노했었다고 회고했다.

NHK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직원들과 의사소통에도 실패했던 야마이치의 교훈을 되새겨야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체 닛산과 스바루는 무자격 직원에게 완성차 안전성 검사를 맡겨온 것이, 고베제강은 제품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온 것이 드러났다. 후지제록스는 회계조작을 은폐해오다 적발됐고,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자회사 3곳의 품질 데이터 조작 사실을 밝히며 사과했다.

도레이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자회사 ‘도레이 하이브리드 코드’가 타이어 보강재 일부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도레이 회장을 지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현 상담역이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 회장을 맡고 있어 일본 산업계의 신뢰에 주는 타격이 더욱 크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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