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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이혼녀 수용한 왕실… 英 들썩

영국의 해리 왕자와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이 27일 런던 켄싱턴궁 앞에서 취재진에게 결혼 발표를 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해리 왕자 결혼 발표 뒷얘기

전통 깬 신선한 로열웨딩
보수적 英왕실 변화 상징
BBC 인터뷰 등 파격 행보

작년 9월 첫 공식 데이트
이달초 켄싱턴궁서 청혼
프러포즈 중간에 “예스”


영국 해리(33) 왕자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36)의 결혼 발표 이후 다양한 뒷이야기와 함께 보수적인 영국 왕실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마클이 해리 왕자보다 연상의 흑인 혼혈로 이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번 약혼은 군주제가 지난 80년간 얼마나 변했고 현대화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작가 아푸아 허시는 일간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군주제는 영국인의 근본이었지만 그들(왕실)이 대표한 영국에서 (혼혈인) 나는 배제된 것 같았다”면서 그동안 인종차별 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왕실을 꼬집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왕실에서 이번 약혼이 그 한계를 깨는 것이어서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마클은 평소 혼혈 여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그는 에미상을 탄 백인 조명감독 아버지와 심리치료사 겸 요가강사로 활동하는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9월 해리 왕자와 첫 공식 데이트 후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마클의 인종과 개인사를 들췄다. 그러자 해리 왕자는 이들 매체의 노골적인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로열 예비부부는 결혼 발표 후 BBC방송과 첫 공식 인터뷰를 하는 등 파격을 이어가고 있다. 첫 만남에서부터 프러포즈까지 16개월간의 러브 스토리를 공개했는데, 영국 왕실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리 왕자는 이달 초 자신이 거주하는 켄싱턴궁에서 청혼했다. 닭고기구이 요리를 만들던 그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자 마클은 “‘예스’라고 말해도 될까?”라고 먼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혼반지는 해리 왕자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다이아몬드 3개가 박혀 있다. 가운데는 둘이 함께 캠핑한 추억이 깃든 아프리카 보츠와나산 원석을 가공한 것이다. 그리고 양옆은 고 다이애나비가 물려준 것이다. 해리 왕자는 “우리의 여정에 어머니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어머니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면서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 메건과 가장 좋은 친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발표 소식에 해리 왕자와 친분이 두터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주요 인사들이 축하를 보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결혼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는 오바마 가족을 초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해리 왕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세계 인권을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바 있고, 마클 역시 민주당 지지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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