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탈첼 효과’… 버림받으니 뜬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2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7-2018시즌 13라운드 첼시전에서 공을 컨트롤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가 지난달 18일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F조 나폴리와의 경기에서 패스 받은 공을 처리하는 모습. 두 선수 모두 첼시에서 뛰던 시절엔 빛을 보지 못했으나 이적한 팀에서는 만개한 기량을 보여주며 세계적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AP뉴시스


살라, AS 로마 임대→ 리버풀행
폭발적인 스피드·돌파 앞세워
시즌 13경기서 10골… 득점 1위

더 브라위너, 獨 거쳐 맨시티
중앙에서 팀 공격 조율 에이스

루카쿠·콰드라도 등도 전화위복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모하메드 살라(25·리버풀)와 케빈 더 브라위너(26·맨체스터 시티)다. 리그 내 득점과 공격기여도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는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바로 한때 첼시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살라와 더 브라위너 외에도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등도 첼시를 벗어난 뒤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축구팬들은 한국프로야구에서 LG 트윈스를 떠난 박병호, 이용규 등이 훨훨 날자 유행한 ‘탈LG 효과’라는 신조어를 빗대 ‘탈첼 효과(첼시에서 떠나면 잘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리버풀의 윙어 살라는 28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EPL 13경기에서 10골로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리그 중이지만 해리 케인(토트넘), 루카쿠,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등 기존의 특급 공격수들을 제쳤다.

살라는 스위스의 FC 바젤에서 뛰다 2014년 1월 첼시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살라는 첼시에서 고작 2시즌(13경기) 뛰며 2골에 그친 뒤 2015-2016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로 이적한다. 이적이 신의 한수가 됐다. 살라는 AS로마에서 2015-2016시즌 34경기 14득점, 2016-2017시즌 31경기 15득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6월 리버풀로 옮겼다. 타고난 스피드와 돌파력에다 리버풀에서 약점이던 골 결정력마저 보완하면서 사실상 완전체 공격수로 거듭났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지금은 살라 타임”이라고 치켜세웠다.

살라는 지난 26일 EPL 13라운드 첼시전에 앞서 “날 버린 첼시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날이 선 인터뷰를 했다. 1대 1로 무승부를 기록한 이날 경기에서 살라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다짐을 입증했다.

첼시는 올 시즌 들어 EPL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우뚝 선 더 브라위너의 활약에 땅을 칠지도 모른다.

더 브라위너는 2009년 벨기에 프로리그에서 데뷔했고 2012년 첼시로 둥지를 옮겼다. 더 브라위너는 첼시 입단 후 2시즌 만에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고 이때부터 넓은 시야와 송곳 같은 패스를 선보였다. 2014-2015시즌 리그 도움왕(21도움)에 오른 더 브라위너는 2015년 8월 당시 최고 이적료인 7400만 유로(약 950억원)를 받고 EPL로 금의환향한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해 팀에 부임한 이후 더 브라위너는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팀 공격을 조율하고 찬스를 만드는 킬패스로 ‘마에스트로(지휘자)’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EPL 12라운드에서 9차례나 주간 베스트 11에 뽑힐 정도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두명 모두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현 맨유 감독)의 첼시 재임 시절(2013∼2015년) 찬밥 신세였다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무리뉴 감독은 둘 모두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언론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최근 “왜 모든 감독 중 오직 무리뉴만 살라를 기용하지 않았고, 이적까지 용인했는지를 물어야 한다”라고 논평하기까지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첼시는 팀 스타일이 검증된 선수나 즉시 전력감인 선수들을 활용해 성적을 극대화 한다”며 “살라나 더 브라위너가 첼시에 있던 당시 그들의 포지션에 더 적합한 선수들이 있었다. 타고난 재능이 기회를 준 다른 팀에서 만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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