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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도 反테러 군사동맹 출범… 밀착하는 反이란 블록

300여명이 숨진 이집트 시나이반도 테러 직후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과 대테러 연대를 구축하며 군사행동에 나섰다. 수니-시아파가 대립하는 종파 간 갈등을 고조시켜 중동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이슬람군사대테러연맹(IMCTC)이 26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출범했다고 전했다. 참여국 국방장관들이 참석하고 사우디 국방장관이자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회의를 주관했다.

IMCTC는 성명에서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한 41개 주요 수니파 무슬림 국가의 개별적 노력을 조율·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는 참여국 간 협력 강화 및 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키스탄 군 장성 출신인 라힐 샤리프 초대 지휘관은 IMCTC에 대해 “회원국들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는 기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지자들이 IMCTC를 ‘무슬림 나토(NATO)’로 치켜세우는 반면 단체의 목적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회의론자들은 IMCTC 출범을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 시아파 무슬림 경쟁국을 상대하기 위한 종파적 조직화로 보고 있다.

IMCTC는 ‘범이슬람 연대’를 자칭하지만 수니파 국가들로 구성된 만큼 시아파 국가들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IMCTC를 주도하는 나라가 사우디라는 점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빈 살만이 왕세자로 등극한 뒤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격인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최근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도 사우디가 수니-시아파 간 갈등을 표면화하고 중동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런 사우디가 시나이반도 테러를 명분으로 수니파 국가들을 규합한 IMCTC는 이란 등 시아파 국가들을 억누르는 군사 연대로 기능할 수 있다.

파키스탄 매체 DAWN은 “IMCTC가 지정학적 적들을 공격하고 종파적 내러티브를 발전시키는 사우디의 플랫폼으로 드러날 경우 이 나라(파키스탄)는 그 재난에서 물러서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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