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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서진에 ‘중동 화약고’ 된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의 알라우다 모스크 테러 희생자들의 신발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 밖에 주인을 잃은 채 나뒹굴고 있다. 전날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의 무차별 공격으로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8명이 다쳤다. AP뉴시스


가족들이 모스크 안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영국 미러지 캡처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의 비르 알아베드에 있는 알라우다 모스크에서 발생한 테러는 이집트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8명이 다쳤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궤멸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흉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손꼽히던 기독교 성지순례지였던 시나이반도가 테러범의 소굴로 바뀌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테러범들이 금요기도회가 열린 알라우다 모스크에서 조직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고 전했다.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 수피(Sufi) 교도들이 주로 찾는 알라우다 모스크는 전부터 IS의 주요 테러 표적이었다. 코란이나 교리보다 신과 합일하는 체험을 추구하는 수피파는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조직으로부터 이단으로 배척받았다.

24일 낮 차량 5대에 나눠 타고 온 괴한 25∼30명은 500여명이 있던 모스크를 포위한 채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터뜨렸다. 괴한들은 사원 밖으로 탈출하려던 이들을 막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에도 총격을 가했다. 테러범들은 공격 후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빠져나겠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없지만 IS 이집트지부로 추정된다. IS 이집트지부는 시나이반도 북부가 근거지인 무장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가 전신으로, 2014년 IS에 충성 맹세한 뒤 지부를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테러범들은 IS의 검은색 깃발을 들고 있었다.

테러 직후 이집트군은 공습을 가해 테러범들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을 궤멸했다고 밝혔다.

시나이반도는 원래 성서 속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이 있는 곳으로 성지순례객이 주로 찾던 관광지였다. 하지만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6만㎢로 남한의 3분의 2 면적이지만 인구는 14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하다. 산악지대가 많아 IS를 비롯한 무장세력이 은신하기 쉽고 이집트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바위투성이의 시나이반도가 어떻게 테러리스트의 활개지가 됐는가’라는 기사에서 2013년 7월 이후 시나이반도에서 숨진 군인과 경찰 등 병력만 10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는 IS가 주요 거점을 잃었어도 곳곳에 있는 지역 지부는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토를 장악하거나 새로운 추종자를 모으는 대신 많은 사상자를 내는 테러를 통해 IS의 위협성을 과시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슬람 모스크 공격은 시나이반도에서 보통 군대와 경찰, 기독교 교회를 공격해 온 과격분자들의 전술적 변화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사건에서 IS가 중동 거점에서 패퇴한 뒤 느끼는 절박함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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