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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미래 찾는 美 도시 청년들

2년째 미국 메릴랜드 주 어퍼말보로에서 ‘부엉이의 둥지’ 농장을 운영하는 리즈 화이트허스트가 직접 수확한 채소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농장 홈페이지 캡처


20∼30대 젊은 농부들 증가
대다수가 대졸자에 도시 출신
유기농·로컬푸드 트렌드에 영향
고령화 된 농업에 변화 일으킬까


올해 서른넷의 여성 리즈 화이트허스트는 2년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다름 아닌 ‘귀농’을 위해서였다. 퇴사 뒤 메릴랜드주 교외 어퍼말보로 지역에 ‘부엉이의 둥지(Owl’s Nest)’라고 불리는 작은 농장을 사들였다. 대도시 시카고에서 자라 대학 졸업 뒤 도심에서만 산 ‘도시 여자’에겐 낯선 도전이었다.

요즘 리즈는 친한 친구 둘과 함께 농장에 살면서 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마다 채소를 수확한다. 농장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을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농장을 구경하러 온다. 수확한 농작물을 근처 식당이나 직판장에 팔아 나오는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요즘 리즈는 이전까지 도심의 직장생활에선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귀농 바람이 불고 있다. ‘로컬푸드(지역 농산물)’ 섭취 운동과 더불어 유기농 식재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농작물 생산체계 자체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이를 집중 조명했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25∼34세 청년 농업인 인구는 10만6735명에서 10만9119명으로 약 2.2% 늘었다. 55세 미만 다른 연령대의 농업인 인구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1982년만 해도 미국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50.5세에 머물렀으나 2012년에 58.3세까지 올랐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농업인 평균연령인 65.6세보단 낮지만 고령화 흐름 자체는 마찬가지다. 청년층에서 일어난 추세의 반전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이들 청년 농업인 대부분은 농가생활을 겪어본 적 없는 ‘고학력 초짜 농부’다. 미국 청년농업인연합(NYFC)이 지난 2월 미 전역 40세 미만 농업인 3517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75%가 농가에서 자라지 않은 ‘도시내기’였으며 69%가 고교 졸업 이후에도 대학 등 추가 학위를 이수했다. 전체적으로는 여성 비율이 6대 4로 높았다. NYFC는 조사대상 대부분이 채소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역공동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월마트 등 대형마트 체인에서도 직판장을 마련해 거래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장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 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5세 미만 농업인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8%로 다른 연령대의 11∼16%보다 10%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 젊은 농부들이 잘 정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미국 농업의 훗날이 달려 있다고 본다. 캐슬린 메리건 전 미 농무부 차관은 “다음 세대가 농업에 정착하면 미국 농업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단 이들이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WP에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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