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월드 화제] 일본이 금괴 밀수 종착지 된 까닭



日 2014년 소비세 인상
골드바 몰래 들여와 팔면
소비세까지 보상받아 이득

中부유층 재산도피에 활용


한국과 홍콩 등지에서 일본으로 금을 밀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세율이 오르면서 금 밀수가 늘었다. 소비세를 안 내고 밀반입해 팔면 상당한 이익이 남는 것이다.

2㎏짜리 골드바 시세는 1000만엔(9800만원) 정도다. 골드바 1개를 갖고 일본에 들어오면 세관에 신고하고 세율 8%로 소비세 80만엔(780만원)을 내야 한다. 만약 스마트폰 2개 사이즈인 골드바를 세관의 눈을 피해 잘 숨겨서 들여와 일본 금은방에 팔면 세금을 얹어 1080만엔을 받는다. 개당 80만엔의 차액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금 밀수 사건이 467건, 탈세액은 8억7000만엔(85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2013년까지 연평균 10건을 밑돌던 적발 건수가 2014년 117건, 2015년 294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밀수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된 시점(2014년)과 일치한다. 일본 정부 계획대로 2019년 소비세율이 10%로 인상되면 금 밀수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재무성은 금 밀수의 70%가 한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세가 없는 홍콩에서 면세 골드바를 구입한 뒤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가져오는 사례가 많다. 지난 21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홍콩에서 일본으로 골드바 360㎏을 밀반입한 한국인 고모(35)씨와 연모(29)씨를 관세법 및 소비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회사 임원 고씨 등은 지난 5∼8월 수십 차례 항공화물 속에 골드바를 숨겨서 들여왔다.

지난 6월에는 재일 한인 여성 4명이 인천공항에서 일본 주부공항으로 금괴 30㎏을 몰래 들여왔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옷 속에 만든 주머니에 골드바를 넣고 가져온 이들은 ㎏당 1만∼2만엔을 받고 밀수에 가담했다. 이들을 사주한 55세 여성은 한국으로 도주했다.

산케이신문은 중국 부유층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또 기왕이면 더 많은 돈을 챙기려고 금을 일본에 밀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중국 부자가 위안화로 구입한 골드바를 운반책 여럿을 통해 대만이나 한국을 경유, 일본으로 밀반입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강화된 밀수 대책을 내놨다. 연내 주요 공항과 항구 세관에 금속탐지기 90대를 설치해 입국자를 검사할 방침이다. 수하물을 검사하는 X선 검사 장치도 늘리는 한편 적발 시 처벌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