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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연정 실패의 불똥 맞은 獨 사민당



유럽 좌파의 기둥이자 독일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기로에 놓였다. 총선 패배에 따른 반성으로 일찌감치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와의 대연정을 거부했지만 당내에서 뒤늦게 이견이 빗발치고 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대연정 논의가 사민당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사민당은 2013년부터 총선 직전까지 집권 기민(CDU)·기사(CSU)당 연합과 대연정을 했다.

지난 20일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대연정에 불참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전날 기민·기사당 연합과 소수 야당인 자유민주당(FDP), 녹색당 간 ‘자메이카 연정’ 논의가 무산된 직후였다. 지난 9월 총선 패배 뒤 정한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집권당과 연정을 하는 사이 당 색깔이 흐릿해지면서 좌파 성향 핵심지지층의 이탈로 사상 최악의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자가진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당장 당 내부에서는 슐츠의 발표가 너무 성급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21일 열린 당 수뇌부 회의에서 이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최소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어야 했다는 지적이었다. 일간 빌트에 따르면 사민당 의원 153명 가운데 약 30명이 연정 협상 거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칫 대연정 불참으로 내년에 재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9월 총선 때보다 더 큰 패배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 거부를 비판했다.

또 지난 총선 기간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를 자초한 슐츠가 재선거에서 당을 이끌 능력이 있느냐도 의문이다. 가뜩이나 상승세를 탄 극우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에 더 밀릴 수 있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 슐츠가 2주 뒤 열릴 연례 당대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선 ‘뺨치고 어르기’ 전략으로 사민당의 생각을 돌려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메르켈은 자메이카 연정 협상 결렬 뒤 “새로운 선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재선거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며 배수진을 쳤다. 반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3일 슐츠를 만나 대연정 참여를 설득했다.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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