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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쇠락의 길을 걷던 골목, 어떻게 부활했을까?



‘뜨는 동네’에는 골목이 있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 말을 듣고 어사무사한 기분이 든다면 당장 스마트폰을 들고 친구들이 SNS를 통해 주고받는 ‘맛집’ 정보를 훑어보시길. 혹은 요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를 생각해보시길. 머릿속에는 삼청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 서울의 명소로 거듭난 근사한 골목 상권들이 떠오를 테니까.

‘골목길 자본론’을 쓴 모종린(56) 연세대 교수는 ‘골목길 경제학자’로 통한다. 골목이 지닌 경제학적 잠재력에, 골목의 사회자본적 가치에 주목하는 학자다.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쇠락의 길을 걸은 골목 상권이 부활에 성공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골목을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가 만화경 속 형상처럼 펼쳐지니 누구나 재밌게 읽을 만한 신간이다.

일단 골목 상권이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대략 이런 답변이 나올 것이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임대료가 높으면 안 된다” “독특한 개성을 띠어야 한다”….

그런데 모 교수는 여기에 ‘기업가 정신’을 보탠다. 기민하게 트렌드를 포착해 양질의 상품을 내놓는 소상공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골목길 경제가 방방곡곡 꽃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상공인 영웅들이 필요하다. 이들을 일깨우고 불러내기 위해서는 골목길 성공기 중심에 첫 가게를 세워 그 기업가 정신을 기록에 남겨야 한다.”

골목 경제를 거론할 때 으레 언급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모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장인 공동체’. 건물주와 상인은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자각하고, 실력 있는 ‘골목길 장인’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푸는 데 규제나 보호는 능사가 아니라거나,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젠트리피케이션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도시의 모양새가 획일적으로 변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복제화)이라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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