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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또 ‘北=불량국가’ 낙인… 압박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건 9년 만이다. 그의 옆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뉴시스


재지정 의미·전망

틸러슨 “北 변화 없을 경우
상황 더욱 나빠질 것” 경고
“평화적 압박 작전” 강조
외교 해법 가능성도 열어놔

‘쌍중단→대화’ 제안했던 中
“북핵 해결 도움되는 일 해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선언이 있은 직후 틸러슨이 백악관 브리핑룸을 찾아와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틸러슨은 기자들에게 “북한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은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수단 등 북한과 교역을 중단하거나 외교 관계를 단절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열거했다.

틸러슨은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줄인 이후 북한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의 일부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긴 줄이 생겼다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은 다만 “테러지원국 지정으로 외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나는 이것을 ‘평화적 압박 작전’이라고 부른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기존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가 아니며,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내부에서도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실효성을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 수출과 판매가 금지된다. 민간용으로 개발됐지만 군수품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품목의 거래도 제한된다. 미국의 경제원조도 받을 수 없고 금융제재 등도 부과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이미 유엔 결의와 미국의 대북제재법,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명령을 근거로 시행되는 제재에 모두 반영돼 있다. 따라서 테러지원국 지정 자체가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갖지는 못한다. 재무부가 별도로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조치와 무관하게 기존의 대북제재법을 근거로 발동된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다. 결국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린 것은 일종의 ‘불량국가’로 낙인찍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틸러슨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테러지원국 지정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북한이 얼마나 불량국가이며 잔인한 정권인지, 그리고 인권을 경시하는 나라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북·미가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통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해 온 중국이 머쓱하게 됐다. 당장 재지정 소식이 나온 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북·미 간 긴장과 대립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각국이 정세 완화와 대화를 통해 핵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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