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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히스토리] “무슬림 왕과 힌두 왕비의 사랑이라니” 현상금 17억원 나붙은 발리우드 영화



420억원이 투입된 발리우드 사극 영화 ‘파드마바티’(사진)가 역사왜곡 논쟁에 휩싸여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영화는 촬영 도중 감독이 힌두교 단체 운동가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주연 여배우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힌두교 단체는 개봉 예정일(12월 1일)을 앞두고 수주일 동안 상영을 반대하는 폭력 시위를 벌였다.

영화는 13∼14세기 힌두 왕국 메와르의 ‘경국지색’ 왕비 파드마바티와 델리의 술탄(이슬람 군주) 알라우딘 할지의 사랑을 그려 문제가 됐다. 할지 술탄이 파드마바티의 미모에 반해 메와르 왕국을 침략해오자 파드마바티가 자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사람의 사랑을 묘사한 것이다.

힌두 왕비가 무슬림 침략자에 맞서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킨 이야기를 뒤집은 것에 힌두 단체뿐 아니라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집권 인도인민당(BJP)도 격분했다. 하리아나주의 한 고위 당직자는 영화의 감독과 주연 여배우의 목을 베어 오는 사람에게 1억 루피(17억원)를 주겠다고 말했다.

할지의 침략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파드마바티는 판타지적 인물이어서 자유롭게 그려도 역사왜곡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인도 사회 분위기는 이런 창작을 용납하지 않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인도 내 1억6000만명이나 되는 이슬람 인구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BJP가 집권한 이후 인도의 힌두교 정통성을 부각시키고 과거 이슬람 왕조 역사는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인도의 대표 건축물인 타지마할도 이슬람 왕조가 지었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비난과 홀대를 받고 있다. 타지마할이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산기트 솜 주의원은 “타지마할은 힌두교도를 모두 죽이려 했던 반역자가 만든 인도 문화의 오점”이라고 말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지난 3월 힌두교 사제 출신 주지사가 취임한 이후 힌두교 성지 개선에는 거액을 지원하면서 타지마할 관련 사업에는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 최근 펴낸 주 문화유산 소개 책자에선 타지마할을 아예 빼버렸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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