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왕자, 황제도 추월… 스켈레톤 세계 1위 윤성빈, 평창 청신호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 윤성빈이 19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펼쳐진 2017-20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대회 1차 레이스를 1위로 마친 윤성빈이 기록을 확인한 뒤 기뻐하는 모습. AP뉴시스


고교 3학년때 스켈레톤 처음 접해
입문 1년 반 만에 올림픽 출전권
2014년 생애 첫 올림픽에서 16위
스타트 반복 훈련으로 기록 향상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공동 세계 1위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스무살 새내기였던 윤성빈은 스켈레톤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에 오르며 유망주의 탄생을 알렸다. 그는 4년 뒤 열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약하며 불모지인 스켈레톤에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왔다. 윤성빈은 불과 3년 사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이제는 올림픽 시상식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밟을 유력후보가 됐다.

윤성빈은 운명처럼 스켈레톤과 만났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2년 그는 엘리트 스포츠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탁월했다.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이사로 있던 체육 선생은 그에게 스켈레톤을 권했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입문 1년 6개월여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생애 첫 올림픽에서 16위에 올라 숨겨진 재능을 증명했다.

평창올림픽 메달만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린 윤성빈이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스타트 훈련이다. 0.01초 차로 메달 색깔이 뒤바뀌는 스켈레톤에서 스타트는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는 시간 단축을 위해 수없이 훈련을 반복했다. 썰매에 올라타는 시간을 아끼려면 어느 정도의 체중이 실려야 하는지도 스스로 체득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비시즌 연습 때도 0.01초의 감속을 용납하지 않았다. 총 8차례 월드컵에 나서면서 경험이 쌓였다. 주행 중에 몸이 흔들리거나 트랙 벽에 부딪치는 등의 실수가 크게 줄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 윤성빈은 1·2차 레이스 합계 1분37초32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청신호를 켰다. 올 시즌 처음이자 월드컵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윤성빈은 1·2차 시기 스타트에서 4초51, 4초52로 모두 1위에 올라 세계 최정상급 수준을 뽐냈다.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0.63초 차로 크게 제치고 우승한 것은 가장 큰 소득이다. 월드컵 통산 49회 우승에 빛나는 두쿠르스는 지난 8년간 세계 최고 선수였다. 지난 12일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윤성빈을 0.11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그러나 윤성빈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공동 1위에 올라 두쿠르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스켈레톤은 트랙 적응이 중요한 탓에 홈 이점이 크다. 윤성빈의 상승세로 현 최강자인 두쿠르스와 격차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첫 스켈레톤 메달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10 밴쿠버, 2014 소치대회 은메달에 그친 두쿠르스는 평창 무대에서 이를 갈고 있어 윤성빈과의 혈전도 예상된다. 윤성빈은 오는 26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릴 월드컵 3차 대회에서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한편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 서울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 개인종목 메달 6개를 수확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날 여자 1500m 금메달, 500m 은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은 이날 1000m에서도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심석희는 1500m 은메달을, 남자부의 황대헌은 1000m, 1500m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또 계주에서 남자 대표팀은 소중한 금메달을 땄고 여자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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