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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32세 왕세자, 결국 왕권 거머쥐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왼쪽)과 아들 빈 살만 왕세자가 2012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에서 대화하고 있다. 당시 왕세제였던 살만 국왕은 전 국왕의 사망으로 2015년 1월 왕위에 올랐다. 살만 국왕이 다음주쯤 아들에게 왕위를 이양할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


살만 국왕, 아들에 조기양위
왕세자 지명 후 고작 5개월
왕자·장관들 체포 목표는
재산 뺏어 적자 메꾸는 것
재산 70% 헌납하면 석방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81) 국왕이 다음주 아들인 모하메드 빈 살만(32)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빈 살만 왕세자가 부패 혐의로 구속한 왕족과 기업인에게 보유재산 상당 부분을 내놓는 조건으로 석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1월 왕위에 오른 살만 국왕의 양위 가능성은 지난 6월 왕세자이던 조카 모하메드 빈 나예프를 폐위하고 빈 살만을 왕세자로 지명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이어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서면서 양위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특히 체포된 수십명의 왕족 가운데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로 사우디 군부의 핵심인 미텝 빈 알둘라 왕자가 포함되면서 조기 양위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양위 계획을 부인하고 있으나 왕실 인사들은 이미 양위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왕실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살만 국왕이 다음주 퇴위와 함께 공식 실권을 빈 살만 왕세자에게 넘겨준 뒤 영국 여왕처럼 ‘명목상의 국가원수’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일 아랍 최대 부호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사우디 위성 TV채널 알아라비야를 소유한 중동방송센터 창업자 왈리드 알이브라힘, 사우디 빈라덴 건설그룹 회장 바크르 빈라덴 등 수십명의 왕족과 기업가를 부패 혐의로 잡아들였다.

FT는 사우디 당국이 억류자들에게 재산의 약 70%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며 일부 왕족과 기업인은 이미 당국에 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 살만 왕세자가 부패 혐의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 재정 적자를 보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오랜 저유가로 지난해 적자만 790억 달러(약 86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왈리드 왕자의 경우 자산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만큼 FT가 보도한 대로 70%를 국가에 환원해야 한다면 석방 금액이 14조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내부 관계자는 “돈을 내면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수도 리야드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된 이들 대다수가 합의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강제 납세와 함께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충성서약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셰이크 사우드 알 모제브 사우디 검찰총장은 부패 수사 과정에서 201명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금됐으며, 부패 규모가 최소 1000억 달러(약 109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내부 관계자는 “1000억 달러는 사우디 당국이 이번 부패척결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최소 금액”이라며 “그 목표치가 최고 3000억 달러(329조2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국민 상당수는 경기 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어 빈 살만 왕세자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대학교수는 FT에 “왜 가난한 사람들이 긴축으로 인한 고통을 모두 짊어져야 하느냐”며 “부자들도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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