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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무가베 시대… 떨고 있는 아프리카 독재자들



짐바브웨 ‘30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의 몰락은 비단 무가베 한 사람의 퇴진 문제가 아니라 장기집권이 만연한 아프리카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짐바브웨 군부가 전날 무가베에 대항해 벌인 행동은 하나가 아니라 그보다 많은 정치 인생의 잠재적 종말을 예고한다”고 진단했다. 짐바브웨 쿠데타가 무가베 한 사람의 퇴위에 끝나지 않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까지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는 뜻이다. NYT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장기집권 중인 독재정권들 역시 언젠가 쇠퇴해 허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가베는 짐바브웨인들과 서방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음에도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공고한 입지를 유지해 왔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그를 ‘살아 있는 역사적 인물’로 보고 지지해 왔다. 특히 무가베가 서구 세력을 비판할 때 동조하며 힘을 실어줬다.

NYT는 무가베가 자신의 무절제한 권력 행사로 누적된 분노를 과소평가하고, 군부와 치안 지도부의 충성도를 과대평가했음을 지적했다. 무가베는 극심한 경제위기로 여론이 여느 때보다 나쁜 상황에서 아내 그레이스(52)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시도하면서 군부의 반발을 샀다. 정치 경력이 2년에 불과한 그레이스는 최근 모임에서 남편 무가베에게 “당신이 제게 그 일(대통령직)을 주길 원한다면 자유롭게 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짐바브웨 쿠데타는 적도기니와 카메룬에서부터 에리트레아와 우간다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에서 수십년간 정권을 독점해 온 독재 정치인들에게 위협적인 사건이다. 아프리카에서 20년 이상 집권한 대통령은 10명이 넘는다. 적도 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75) 대통령은 1979년 8월부터 한 번도 국가수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지도자다. 그가 대통령직을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은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든 무가베의 무소불위 집권은 막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아프리카에서 수십년간 권력을 붙들고 있는 지도자들에게 불쾌한 시사점을 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짐바브웨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내부 동요와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짐바브웨 시대에서만 살아온 도널드 무타사(37)는 NYT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며 “우리가 막 독립을 얻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새로운 짐바브웨로 걸어 들어간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게 된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에서 군부 쿠데타와 무가베 퇴출은 대체로 낙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가베 정권 아래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만큼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짐바브웨인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다음 지도자가 독재자라고 해도 우리는 새로운 독재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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