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칠면초


지방 여행을 좋아해서 방방곡곡을 수없이 다녔다. 서해나 남해의 묘미는 갯벌이다. 진회색 갯벌은 색다른 인상을 준다. 물론 계절마다 색깔과 느낌이 다르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서남해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군산이나 변산반도 근처를 갈 적마다 새만금방조제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세계 5대 갯벌인 우리 서남해안 갯벌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우리 뜻대로 국토를 바꿔놓아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곤 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갯벌을 간척한 역사는 고려시대로 올라간다. 몽골 침입에 대비해서 강화도 일대에 방조제를 쌓고 군량미 확보를 위해 농지로 개발했다고 한다. 17세기에는 고산 윤선도가 완도와 진도에서 간척사업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옛사람의 눈에 갯벌은 버려진 땅으로 보였을 테지만, 경제성은 농지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많게는 20배가 높다고 하니 환경보전을 부르짖지 않더라도 갯벌은 그 자체로 더없이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갯벌의 대표적 염생식물인 칠면초는 이 무렵에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와 일본 갯벌에서 자생하는 한해살이풀 칠면초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처음에는 초록색을 띠고 여름철에 피운 자잘한 꽃이 지고 나면 점차 자주색으로 변한다. 강화도와 순천만 일대에 서식하는 칠면초는 늦은 가을날 바닷가 풍경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유명세를 얻고 있는 순천만 갈대숲을 지나 해룡면 농주마을로 가면 칠면초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갯벌의 단풍’이라 별명이 붙은 진귀한 광경을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순천만 칠면초와 그곳 석양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최고의 붉은 빛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