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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북 특사 파견… 북핵 해결 ‘대화 모멘텀’ 생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훌륭한 12일이었고 많은 훌륭한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7일 북한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모멘텀’이 생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곳에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감지됐고, 북한 역시 60일 넘게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중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 백악관에서 북한 등과 관련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쑹 부장의 방북이 성사되고 북한과 중국이 15일 비슷한 시간대에 공동으로 이를 발표한 것 자체가 북·중 관계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중단된 지 오래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중국이 고위급 인사를 보낸다고 해도 거절했다”면서 “북한이 특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쑹 부장의 방북 목적은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해 왔다.

그런데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거의 마무리됐고, 북한도 60일 넘게 도발을 하지 않아 사실상 ‘쌍중단’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 해법 도출을 시도했다. 이때 두 정상이 쌍궤병행을 논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쑹 부장이 북한에 갖고 갈 시 주석의 메시지도 이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 만약 그럴 경우 쌍궤병행이나 쌍중단이 북한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어서 북한도 대화에 나설 여지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14일로 미국 국무부가 제시한 대화 재개 신호인 ‘60일 도발 중단’ 조건을 충족시켰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북한도 대화에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9월 이후 중국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문을 닫는 북한 기업 또는 북·중 합작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형 트랙터 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하는 등 김 위원장의 민생경제 행보도 부쩍 잦아졌다. 그는 최근 신발, 화장품, 트럭 공장을 잇따라 방문했었다.

다만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방침을 굽히지 않을 경우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게다가 북한을 뺀 나머지 6자회담 5개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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