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건강한 소년 2+1에 90만원”… 난민 경매하는 리비아 노예시장

지난 10월 리비아 트리폴리의 난민수용소에서 철창 안에 수용된 난민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CNN 캡처


리비아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인간 경매 실태를 미국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밀수업자들에게 속아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CNN이 입수해 보도한 영상을 보면 20대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들을 세워놓고 아랍어로 가격을 흥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행자로 짐작되는 남성의 목소리는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청중에게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소년들이라 농장일에 어울린다”고 소개한다. 이어 두 명에 한 명을 추가한 뒤 1200디나르(약 90만원)로 가격을 확정한다. 명당 30만원에 팔린 셈이다.

지난 8월 리비아 모처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녹화했다는 이 장면은 ‘인간 경매가 이뤄지는 현장’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영상을 본 취재진은 지난달 리비아 현지로 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열린 ‘노예 시장’에서 전투복 차림의 판매자는 “땅 파는 사람 필요 없나요? 여기에 땅 파는 사람 있습니다. 크고 힘 센 남자죠. 그를 팔 거예요”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구매자들은 “500, 550, 600, 650…(디나르)” 같은 식으로 가격이 올라갈 때마다 손을 들었다. 경매는 몇 분 안에 끝났고, 팔린 남성들은 곧바로 새 주인에게 넘겨졌다.

경매 종료 후 취재진이 접촉한 남성들은 크게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로 말도 하지 못한 채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들은 분쟁과 가난을 피해 리비아 국경을 넘은 아프리카 난민들이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매년 수만명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전 재산을 팔아 지중해 연안국인 리비아로 몰려든다.

최근에는 리비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난민 밀수선 출항이 크게 줄었다. 그러면서 밀수업자들이 포주로 변하고 난민들은 노예로 전락했다고 CNN은 설명했다. 취재진이 트리폴리 난민 수용소에서 만난 한 나이지리아 여성은 “밀수업자들은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 학대했다”며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에게서 상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