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젊은 날의 갈망

헤르난 바스 ‘Pink Plastic Lures’. Lehmann Maupin New York & Hong Kong


야자수와 잡목이 어지럽게 들어찬 정원에서 한 남자가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 팔짱을 낀 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느라 바로 앞에서 꽥꽥대는 홍학들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대책 없이 헝클어진 정원처럼 남자의 마음도 복잡하게 뒤엉켜 있음에 틀림없다.

‘어이’ 하고 건드리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것만 같은 사내를 그린 작가는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헤르난 바스(39)다. 바스는 가로 5m에 달하는 대형 화폭에 주택과 도랑, 정원과 나무를 빼곡히 배치하고, 붉은색과 녹색을 대비시키며 알 듯 모를 듯한 회화를 그려냈다. 거친 붓 터치로 무질서하게 뒤엉킨 뜰을 묘사했지만 풍부한 색채와 빼어난 구성이 델리케이트하면서도 낭만적이다. 정지된 남자와 꿈틀대는 새, 폐허나 진배없는 정원과 현란한 빛깔의 클래식카는 서로 묘한 대비를 이루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과연 이 긴장감은 언제 깨질까?

바스의 그림은 언제나 문학적 요소로 가득차 있다. 알쏭달쏭한 스토리가 배음처럼 깔려 있고, 주인공의 불안한 내면이 화폭에 멜랑콜리한 공기를 조성한다. 영국의 탐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는 화가는 불안과 갈망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내면을 기이하면서도 탐미적으로 표현해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다.

바스는 어린 시절 울창한 밀림에서 자라 화폭에 늘 수풀을 담는다. 그러곤 그 녹색의 공간에, 번뇌하고 아파하는 청춘을 그려넣음으로써 불가해한 인간 존재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있다.

이영란(미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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