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코스프레? ∼인 척하기, 흉내 내기!



한동안 안 보이던 ‘코스프레’가 근래 한 정당 대변인의 ‘광해군 코스프레’ 언급과 함께 돌아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코스프레는 영어 ‘costume play’ 소생(所生)인데 일본에서 만화의 등장인물이나 특정 캐릭터로 분장해 그 흉내를 내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코스튬(costume, 의복·복장을 이르며 변장·분장을 뜻하기도 함)과 플레이(play, 놀다)의 앞 두 글자씩 가져다 붙인 것이지요. 직역하면 옷으로 변장을 하고 논다는 뜻입니다. 일본인 특유의 조어(造語), 즉 말 만들기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TV를 ‘테레비’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또 출입문에 ‘トイレ’라고 쓰인 화장실이 있는데 ‘토이레’입니다. 테레비는 텔레비전, トイレ는 TOILET(토일렛, 화장실)의 일본식 표현입니다. ‘텔레비’가 ‘테레비’, ‘토일렛’이 ‘토이레’로 된 것처럼 ‘코스플레’가 ‘코스프레’로 쓰이는 것인데 이는 ‘ㄹ’ 같은 받침을 쓰기 곤란한 일본어의 음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이미 굳어져 쓰이는 ‘테레비’도 마뜩잖은 마당에 사람들이 자꾸 ‘코스프레’를 입에 담는 것은 ‘토이레가 어디예요?’라고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코스프레를 버리면 ‘∼인 척하기’ ‘흉내 내기’ ‘따라 하기’가 보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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